10월6일부터 9일까지 부산 남포동에선 커뮤니티비프 행사가 열렸다. 총 60편의 상영작을 트는 만큼 하나의 또 다른 영화제라 해도 무방하다. 6회째를 맞은 올해 커뮤니티비프의 백미는 10월8일 저녁이었다. <기생충> 마스터톡엔 봉준호 감독이 화상으로 함께했고, 개봉 20주년을 맞은 <장화, 홍련>의 리퀘스트시네마 행사엔 김지운 감독과 임수정 배우가 자리했다.
“한국영화계에 미술 프로덕션, 미술감독이란 개념을 제대로 정립한 작품.” 김지운 감독이 스스로 소개한 <장화, 홍련>의 의미다.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 자매의 기억을 생생하게 환기하기 위해서 명징한 상징으로 축조된 미술 세트와 오브제들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강렬하다.
“세트장에서도, 숙소에서도 하염없이 계속 울었어요.” 촬영 당시 신인으로서 너무 무거운 짐을 졌던 임수정 배우의 소회다. 그때의 감정 역시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앤티크한 벽지와 가구 속에 수미의 의상을 입고 들어가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끝없이 외롭고 알 수 없이 슬펐어요.”
이날 밤에는 다음날 아침까지 영화를 보고 술과 음식까지 즐기는 ‘취생몽사’ 행사도 열렸다.
“세계의 질서와 조화가 깨지는 순간, 그 혼돈의 상태를 묘사할 때 흥분하게 됩니다.” <기생충> 화면 위로 봉준호 감독의 실시간 코멘터리가 들린다. 런던에 체류 중인 봉준호 감독은 온라인 화상으로 함께하고, 관객들은 온라인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질문을 던진다. 각 장면의 프로덕션 비하인드, 시나리오 집필 과정, 심지어 “앞으론 이렇게 끔찍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 않다”든지 “<기생충>에서 재미를 느낀 보이스 오버를 신작 <미키 17>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든지 하는 진귀한 정보가 마구마구 쏟아져나온다. 영화제 관객, 필름메이커를 꿈꾸는 영화학도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2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