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뉴 커런츠 ‘그 여름날의 거짓말’ 손현록 감독, 여름방학 같기도, 대서사시 같기도
2023-10-20
글 : 유선아
사진 : 백종헌

17살 다영(박서윤)은 남자 친구인 병훈(최민재)과 저수지에서 여름의 한때를 보낸 후 이별한다. 다영은 여름방학 동안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연애사의 조각을 적어 방학 숙제로 제출하고, 담임 선생님은 다영을 호출해 진실을 추궁한다.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며 마지막으로 향할수록 다영과 병훈이 미숙한 어린 연인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조금은 다른 사람임을 먼저 깨달아야 할 수도 있다. 예측 불가함이라는 큰 힘과 담백하고 단순한 결의 대사로 섬세한 힘을 발하는 영화다.

- 총 6편의 단편 중 <갈 곳 없는>(2018)과 <졍서, 졍서>(2022)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다. 첫 장편인 <그 여름날의 거짓말>에도 소년, 소녀가 등장한다. 이 시절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가.

= 돌이켜보니 그렇다. 나는 그 시절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어릴 때 쌓였던 것들을 지금 영화로 푸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볼 때 어떤 시선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 배우를 모집하는 게시글에 예상 러닝타임이 80분이라고 되어 있지만 최종 러닝타임은 138분이다. 덜어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나.

=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편이다. 총 77신이라 80분이면 되겠지 싶었다. 짧은 여름방학을 다루지만 이 영화가 대서사시 같은 느낌을 주면 좋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는데 그게 편집 과정에서 반영된 듯싶다.

- <그 여름날의 거짓말>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시간 구성에 눈길이 간다.

= <그 여름날의 거짓말>의 초고는 시간순 배열이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어른들의 시선과 다영 사이의 차이가 드러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의 질문으로 과거를 떠올리면서 일어났던 일과 다영이 어른에게 전달하는 일 사이에서 내가 의도한 바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주다영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 전작인 <졍서, 졍서>는 18살 여고생 영서의 마음을 고민하면서 찍은 영화다. 이 단편 이전에는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사실 병훈을 주인공으로 했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너무 뻔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내가 궁금한 건 어쩌면 병훈보다는 다영이었는지 모른다. <그 여름날의 거짓말>의 다영은 영서를 탐구하려던 작업의 연장선 같은 거다. 둘의 공통점은 막연한 꿈을 꾼다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 인물을 최대한 재단하지 않고자 했다.

- 어떤 장면의 대사에서는 관계의 아이러니가 돋보이고 사자대면하는 장면에서는 각자 진실을 요구하는 날 선 대사가 교차한다. 대사를 쓸 때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 대사는 주로 그 인물의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한다. 사자대면하는 장면은 찍기 어려웠다. 배우들과 돌아가며 따로 이야기를 나눴고 인물의 입장을 더 담아달라고 얘기했다. 인물마다 한두 마디는 배우들이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그 장면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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