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의 유약한 소년은 없다. 디즈니+ 시리즈 <간니발>의 주인공 다이고는 쿠게 마을로 전근한 경찰이다. 그는 마을 유지인 고토 가문에 연루된 인물들이 암암리에 실종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수사에 몰두하는 다이고를 견제하려 마을 사람들은 다이고의 아내와 딸을 위협하기까지 한다. 다이고는 다부진 주먹에 피를 묻히고 맹수에 가까운 눈을 부라리며 맹렬히 반격한다. <간니발> 시즌2 제작을 앞두고 아시아콘텐츠어워즈를 찾은 배우 야기라 유야는 올해의 특별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 다이고는 스스럼없이 무력을 사용하고 시도 때도 없이 피를 흘린다. 경찰이면서도 폭력에 경도된 듯한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 시나리오 단계에선 이렇게 폭력적인 인물도 아니었고 전반적인 폭력의 수위도 낮았다. 현장에서 많이 변했다. 다이고의 심정에 이입하며 열에 받치다 보니 감정의 크기가 커졌다. 자연스럽게 폭력의 정도도 높아졌다. 가타야마 신조 감독님이 이런 즉흥적인 변화를 아주 좋아했고,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 계획하에 철두철미하게 진행되는 현장은 아니었나 보다.
= 굉장히 실험적이고 촬영 기간도 긴 현장이었다. 우리끼리 ‘가타야마 매직’이라고 불렀는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뜻밖의 좋은 결과들이 터져나왔다. 이야기와 현실의 벽이 모호해질 만큼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번은 내가 대본에 없던 욕설을 애드리브로 내뱉은 적도 있다. (웃음) 아주 심한 수위는 아니고 ‘멍청이!’ 정도의 욕설이었는데 감독님이 무척 좋아하시더라. 다이고의 시그니처 대사가 돼버려서 시즌2에도 쓰일 예정이다.
- 다이고의 폭력적인 면모는 <디스트럭션 베이비>에서 연기한 타이라를 떠올리게 한다.
= 폭력은 감정 표현의 수단이다. 인물이 그 감정을 느끼는 논리적인 이유를 미리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폭력적인 동물을 연기하는 일과 다름없어진다. <아무도 모른다> 이후 연기를 업으로 이어가기 위해선 큰 분발이 필요했다. 영화라는 예술의 흐름에 어떻게 나만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폭력의 성향을 전면에 드러내야 했던 <디스트럭션 베이비>는 그런 시기에 배우로서의 내 존재감을 각인시킨 좋은 기회였다.
- 마을 주민들과 격돌하는 다이고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에 임했나.
= 다이고의 정의가 과연 올바른지 고민했다. 쿠게 마을 사람들도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으로 마을의 문화와 역사, 생활양식을 지켜온 이들이다. 그러니 <간니발>의 서사를 선과 악의 대립이라기보다 정의와 정의가 부딪혀서 새로운 가치관이 생겨나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했다.
- 약 5년 만에 찾은 부산영화제다. 소감은.
= 배우로서 정체감을 느낄 때마다 힘을 얻게 되고 자존감도 높아지는 곳이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한 느낌이 들 때마다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