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터뷰] 가장 뜨겁게, 야만적으로, <열대야> 김판수 감독
2025-01-23
글 : 이우빈
사진 : 오계옥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 태강(우도환)과 걸그룹 활동을 했던 아리(이혜리)가 함께 한국을 떠나 방콕에 당도한다.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기 위해서다. 그런데 태강이 어느 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고, 태강과 아리는 큰 어려움을 맞닥뜨린다. 태강은 결국 인터폴에서 일하는 백도준(장동건)과 만나 하룻밤 동안 동행하며 방콕에서의 뜨거운 도심 속 추격전, 하드보일드 액션을 펼치게 된다. 김판수 감독이 그린 <열대야>의 청사진은 그 제목처럼 가장 뜨겁고, 야만적이고, 거친 액션이었다.

- 태국 방콕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해외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펼치고 싶었다. 액션이나 인물들의 감정이나 상황이 모두 강렬하고 그런 에너지가 폭발할 것 같은 곳을 고르고자 했고, 고민 끝에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로 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단 하룻밤밖에 없다는 설정을 가미해서 더 뜨거운 영화로 만들고 있다.

- 방콕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했나.

그렇다. 세트 촬영까지 포함해서 100%다. 한국에서 세트를 지어서 촬영할 수도 있었지만, 태국의 분위기를 완전히 살릴 수 있는 자재나 디테일까지 모두 꼼꼼하게 준비하기 위해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참여했던 현지 스태프들이 대거 동참해서 촬영과 소통이 무척 수월했다. 태국의 건기에 맞춰 촬영을 진행했는데 크랭크업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부터 신기하게 딱 비가 쏟아지더라. 너무 운 좋게 촬영을 마쳤다.

- 우민호 감독(<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하얼빈>)이 각색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키는 복잡한 이야기이다 보니 플롯을 구성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각본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점은 관객이 한치 앞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부분에서 우민호 감독님이 서사의 흐름과 시점 등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셨다. 장르적으로 대중들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었다.

- 여러 인물이 뒤엉키는 이야기 구조를 택한 이유는.

서로 빚을 지고 원한을 가진 인물들이 하룻밤 동안 치열하게 서로를 이용하고 속이면서 각자의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관계도를 그리고 싶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건 우연과 필연이 마구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 우연과 필연의 요소가 하룻밤이라는 제약에 갇혔을 때 계속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각종 돌발상황과 변수가 영화의 장르적인 재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주목할 만한 액션의 포인트는.

액션 컨셉을 처음 잡을 때 무술감독님에게 가장 중요하게 주문했던 건 ‘야만성’이었다. 정제된 액션보다는 야만적이고 거친 액션이어야 여러 인물이 뒤엉키는 순간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카 체이싱 역시 관객이 이야기의 텐션을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우발적이고 거칠게 찍었다. 타격감 있는 액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기도 등장한다. 아무래도 태국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진행하다 보니 장르적인 허용치가 넓어진 부분이 있다.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 태강 역의 우도환 배우가 극의 중심으로 보인다. 어떤 종류의 액션을 보여줄 예정인가.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태강을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그 사면초가의 상황을 헤쳐나와야 하는 인물이고, 그러다 보니 대규모 액션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몸싸움부터 수많은 액션 장면을 치러야 했다. 몸싸움을 해도 자신의 몸을 다 이용할 수 없는 핸디캡을 자주 갖게 되는 인물이다. 액션을 위한 액션이라기보단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에 가까운. 와, 그런데 우도환 배우를 60회차가량의 촬영 동안 지켜보면서 정말 액션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액션을 멋있게 한다거나 합을 잘 맞추는 건 연습의 문제인데 액션이라고 말하기 모호한 범주 바깥의 미세한 액션들까지 너무 훌륭했다.

- 구체적인 예시가 궁금하다.

예를 들면 태강이 놀라서 뒤로 기어가는 장면이 있다. 합이 짜인 액션 장면은 아니었지만 감정을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뒤로 두번 뒷걸음질치고 몸을 돌려서 앞으로 몇 걸음 가고…”라는 식으로 엄청 상세하게 디렉팅을 했다. 속으론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나’ 싶었다. 그런데 평지가 아니고 장애물이 많은 촬영 장소였는데도 우도환 배우가 완벽하게 해내더라. 성실함까지 있는 배우여서 더 많은 고생을 한 것 같다.

- 또 다른 주인공 도준은 어떤 성격의 인물인가.

태강과는 완전히 반대의 캐릭터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새로운 면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장동건 배우가 갖고 있는 그 고유한 정제됨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사실 ‘장동건’이 카메라 앞에 서 있으면 그냥 뭐든지 다 되더라. (웃음) 편집점까지 배우가 다 맞춰준 터라 편집하기가 특히 수월했다.

- 아리 역의 이혜리 배우도 많은 액션을 소화하는지.

캐스팅 과정부터 말하자면 누아르나 액션 장르에서 평소에 보지 못한 배우가 나와주면 신선함을 불어넣어줄 것 같았고, 적역이었던 혜리 배우가 다행히도 배역을 맡아줬다. 아리도 당연히 태강과 함께 힘을 합쳐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액션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혜리 배우가 단 한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책임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태강과 아리는 서로만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이다. 그런데 그 앞에 끊임없는 좌절이 닥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이를 악물고 함께 달려가면 그 허들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열대야>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감독 김판수 출연 우도환, 장동건, 이혜리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개봉 2025년

<열대야>의 이 장면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영화 내내 엎치락뒤치락하고 서로서로 이용해 먹으려던 인물들을 클라이맥스에서 한 용광로에 쓸어넣고 팔팔 끓이는 장면을 꼽고 싶다. 처음부터 이 영화의 이야기를 쓴 목표이기도 했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