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원정기>의 황병국 감독이 오랜만에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왔다. 시작은 <특수본> 때 인연을 맺은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가 보내준 한 기사였다. “1년에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6천명이었다. 최근에 다시 알아보니 2만3천명으로 늘어났더라. 암수율을 감안하면 실제는 거의 20배가량 될 것이다.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 특히 기사에 언급된 ‘야당’이란 이들의 존재는 창작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야당이란 마약 세계의 정보를 검찰과 경찰에 비밀리에 제공하는 자를 일컫는 은어다.
대개 마약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장르적인 데 반해 <야당>은 일상 속에 침투한 마약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사건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와 캐릭터 변화가 관건이다. “감정 전달이 뛰어나고 천진난만함부터 어두운 내면까지 보여줄 수 있는, 연기 폭이 넓은 배우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야당 일을 하는 강수 역에 강하늘, 검사 관희 역에 유해진을 캐스팅했다. 그외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기용하는 것이 영화의 방향이었다. 이를테면 여배우 수진 역의 채원빈은 오디션 당시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지만 “한번도 본 적 없는 연기, 그래서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줬다. 여기에 속도감, 통쾌함, 리듬감 있는 편집을 살렸다. 비주얼 면에서 레퍼런스도 유니버소 파라렐로 같은 음악 페스티벌, 바호폰도의 <Pa’ Bailar>, 더 나이프의 <Pass This On> 등의 뮤직비디오로 젊고 힙한 이미지였다.
황병국 감독은 배우로서도 부지런히 현장에 발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야당>의 스태프부터 배우까지 든든한 라인업에는 그와 맺은 인연으로 가득하다. 조수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은 물론 <서울의 봄>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다.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증명된 배우들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배우의 마음을 아는 감독은 “사전에 준비한 만큼 현장에서 다 풀고 갈 수 있게 연기를 유도하고 설득”할 줄 안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감독으로 배우로 분주히 종횡한 황병국 감독의 노련한 구력이 이제 관객을 만날 때다.
<야당>
<야당>의 이 장면 “인천 남동인더스파크역에서 검사 관희와 형사 상재 그리고 야당 강수가 얽히고설키며 마약 유통책을 검거하는 장면이 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한 마약사범을 경찰과 검찰이 동시에 쫓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로 취재에 응해준 형사님도 용산역에서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한 사람을 검거한 적이 있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똑같은 상황을 영화에서 만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