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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혹은 음악인 전기영화에 기대하는 요소가 있다. 모두가 극찬해 마지않는 예술을 잉태하기까지 음악가들이 이겨낸 고난과 역경의 길을 주목하는 것이다. <샤인> <레이> <보헤미안 랩소디>…. 모두 장애, 차별 등 편견 앞에 가로막힌 뮤지션들이 어떻게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이루어냈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컴플리트 언노운>이 밥 딜런의 일대기 중 1961년부터 1965년까지를 배경으로 한정한 이유는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 시기의 밥 딜런은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있었고 약자들과 연대하는 성인이었으며 크게 극복해야 할 고난도 없었다. 영화의 1막인 1961년부터 1964년은 밥 딜런이 청춘스타이자 포크 싱어로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한 때고, 영화의 2막인 1965년은 밥 딜런이 변화를 선포한 원년이다. 포크 신성으로 활약하다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에서 로큰롤로 ‘변절’했고 이후 포크 팬들과 동료 뮤지션들의 비난을 받았으며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역사 정도가 할리우드가 군침을 흘릴 만한 위기겠지만, 영화는 수많은 비난이 쏟아진 시기 바로 앞에서 끝난다. 하지만 이 점이 <컴플리트 언노운>을 특별하게 만든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이라는 ‘스타’ 뮤지션이 어떻게 탄생했고, 그의 음악이 어떻게 그의 스타 이미지와 결합해갔는지에 주목하는 밥 딜런 전기영화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전제 하나. 밥 딜런은 충격적인 음색이나 끝을 모르고 치솟는 고음으로 주목받은 뮤지션이 아니다. 밥 딜런을 당대의 스타이자 시대를 초월한 뮤지션으로 만든 내적 요소는 언어다. “인권운동, 군비 증강, 핵전쟁 시대에 언제까지 흙, 비, 먼지를 노래해야 해?”라며 푸념하는 실비 루소(엘 패닝)의 대사처럼 밥 딜런의 가사는 시대와 공명하며 구체제에 저항하는 청춘의 호소에 응답했다. <컴플리트 언노운> 속 밥 딜런(티모테 샬라메)은 그저 지나칠 수 있는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때 밥 딜런이 보이는 언어에의 천착은 가사에 국한하지 않고 시비조의 ‘말꼬리’로 이어진다. 밥 딜런은 연인 실비에게 자아는 잃어버린 신발처럼 새로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TV쇼의 호스트가 조니 캐시(보이드 홀브룩)는 컨트리에서 팝으로 전향했다고 하자 밥 딜런은 그건 전향이 아니라며 예술가의 세계를 라벨링하는 세태에 분노한다. 같은 시퀀스에서 밥 딜런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다며 서운해하는 실비에게 개인의 과거가 인물의 본질을 규정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극 중 밥 딜런이 제기하는 여러 입씨름은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덧씌워진 ‘스타 밥 딜런’의 도상과 관련이 깊다. 그는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 이후 포크 스타로서의 자아를 저버렸다고, 더이상 저항 음악을 노래하지 않는 전향자라고 대중의 야유를 받았다. 밥 딜런은 원래의 짐머먼이라는 성을 딜런으로 바꾸었는데, 자신의 과거와 단절한 이유를 알린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한편 영화에서도 잘 보여주듯이 스타성은 그를 추앙하는 상대의 반응으로 극대화된다. 실비는 밥 딜런이 반골 기질이 다분하다며 드와이트 맥도널드의 책을 건네고,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턴)는 “꼭 그렇지는 않아요”라는 밥 딜런의 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널 포크 가수라고 생각하지?”라는 질문을 거듭 건넨다. 실제의 밥 딜런은 정치적으로 나이브(naive)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한번도 스스로를 포크 가수라 칭한 적이 없다. 그래서 <컴플리트 언노운>은 밥 딜런의 전기 중 가장 화려한 시기에 그에게 청춘스타의 왕관을 씌운 요소가 예민한 언어 감각이었음을 조명하고, 그가 말에서 비롯된 이미지로 어떤 오해를 받아왔는지를 그리는 전기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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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힘이 세고 세대를 초월한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음악인 전기영화로서 밥 딜런과 동시대 포크 신의 명곡이 관객의 감정을 고양시킬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가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은 차라리 주크박스 뮤지컬에 가깝다. 피고름을 짜내며 곡을 창작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작업기를 묘사하는 대신 뮤지컬 넘버처럼 그의 음악을 당시 밥 딜런의 개인사와 미국 현대사에 쉼 없이 녹여내 밥 딜런의 전기를 재편하는 것이다. 영화는 밥 딜런과 동시대의 음악이 시공간을 넘나들게 편집한 후 이를 장면과 장면 사이의 새로운 의미장을 형성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피트 시거가 재판 이후 법원 바깥에서 부르는 우디 거스리(스쿠트 맥네리)의 <This Land Is Your Land>는 거스리를 만나러 가는 밥 딜런의 택시 안 음악이 되고, 밥 딜런과 실비 루소가 지하철역 앞에서 헤어질 때 흐르던 존 바에즈(모니카 바바로)의 <Silver Dagger>는 한낮의 레코드숍 시퀀스와 민권 운동 뉴스 푸티지로 화면이 바뀌어도 끊김없이 흐른다.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는 녹음 스튜디오 속 밥 딜런의 목소리로 시작해 바에즈의 라이브 콘서트 무대로 바뀌고 이 실황은 다음 시퀀스인 《The Freewheelin’ Bob Dylan》의 부클릿 촬영 현장에서 라디오를 통해 흐르더니 이내 밥 딜런이 오토바이를 타고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바에즈의 숙소로 향하는 숏에 가서야 끝난다. 한곡이 적게는 두신, 많게는 네댓신을 실처럼 엮는 편집 방식이다. 이는 밥 딜런의 실제 역사를 음악을 사용해 은유, 암시한 사례다. <This Land Is Your Land>가 우디 거스리를 찾아가는 밥 딜런에게 닿는 것은 우디 거스리와 피트 시거로 이어진 포크의 계보를 밥 딜런이 승계한다는 역사를 적시한다. <Silver Dagger>는 인기 뮤지션이자 저명한 사회운동가였던 존 바에즈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지다. 이별을 고하는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의 가사는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 밥 딜런, 존 바에즈, 실비 루소의 삼각관계에 다름없다. 만일 <컴플리트 언노운>을 통해 밥 딜런과 그의 음악에 입문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만큼 밥 딜런에 대해 속성 과외해주는 경우가 앞으로 없을 것이다. 다만 노래와 실제 인물의 역사를 아는 팬이라면 영화의 과도한 친절을 다소 낯 뜨겁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음악영화로서 밥 딜런의 음악이 지닌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믿는다. 그 힘이 밥 딜런을 스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국이 공포에 떨던 밤. 잠 못 이룬 청춘들은 비트닉의 본거지인 가스라이트에 모여 밤을 지새운다. 그날 밥 딜런은 그곳에서 냉전시대의 전쟁광을 저격하는 반전가요 <Masters of War>를 열창한다. 영화가 절반으로 접히는 1964년의 뉴포트포크페스티벌에서 밥 딜런은 그를 연호하는 포크 팬들을 앞에 두고 시대와 자신이 변할 것을 예고하듯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밥 딜런이 전쟁의 위협 앞에 초연하게 <Masters of War>을 불렀을 리 없다. 1964년 어느 날 밥 딜런은 <The Times They Are a-Changin’ >만 부르지도 않았다. <Like a Rolling Stone>이 등장하는 문제의 1965년 뉴포트포크페스티벌을 제외하면 영화는 밥 딜런의 음악을 전기의 정교한 재현 도구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음악으로 밥 딜런이 스타 뮤지션으로서 살아온 삶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하고, 음악이 밥 딜런이라는 고유명사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가설을 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