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12] - 2월
2002-12-06

솔라리스

한마디로 말해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화해하는 방법. 단, 우주에서.

<솔라리스> 둘레를 공전하는 소문들은 하나같이 흥미로운 이름을 포함하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이 오랫동안 이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였다가 소더버그가 관심을 표하자 메가폰을 포기했고, 소더버그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조지 클루니보다 먼저 주연으로 물망에 올렸다. 스타니슬라브 램의 1961년작 원작은 30년 전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해 평론가들에게 극찬받았다. 소더버그 감독이 4천만달러로 만들어진 새로운 <솔라리스>를 요약하는 표현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무중력 공간의 에로틱한 액션이 있다는 이야기일 리는 없고 사랑의 심리적 본질을 우주공간에서 고요히 주시하는 남자의 신비한 경험담이 될 듯하다. 솔라리스 행성을 도는 우주정거장에서, 마치 솔라리스가 관찰자들에게 게임이라도 거는 듯 괴이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씻지 못한 채 조사를 위해 파견된 과학자는 놀랍게도 살아 있는 아내를 마주하게 된다. 미결된 사랑이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다면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더버그를 잡아당긴 <솔라리스>의 인력이 SF적 스펙터클보다 이야기 속의 심리적, 철학적 물음들이었던 만큼 특수효과는 매우 적게 쓰였다.

애널라이즈 댓

한마디로 말해봐! 신경쇠약 마피아 보스의 사회 복귀 분투기

“빨리 슬픔을 분노로 전화시켜요!” 걸핏하면 흐느끼는 마피아 두목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추기던 정신과 의사가 기억나는지 <애널라이즈 디스>는 마피아 계보끼리 충돌 끝에 폴 비티가 수감되고 정신상담의 소벨은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나 소벨이 분석해야 할 비티의 증세는 계속되니 바로 <애널라이즈 댓>의 시작이다. 감방에서 뮤지컬이나 흥얼대는 마피아 보스의 엉뚱한 행태에 당황한 교도관들이 다시 소벨 박사의 도움을 청한 것.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입주 치료다. 비티의 건전한 구직 노력도 무망하다. 보석상에서 일하자니 손이 근질대고 자동차 세일즈맨을 하자니 “트렁크 사이즈 보세요. 남자 셋은 너끈히…” 따위의 말이 튀어나온다. 부친상을 당해 스스로도 정신적 위기에 처해 있는 소벨의 머리야말로 분석을 요하는 지경으로 끓어오른다.

하프 패스트 데드

한마디로 말해봐! 새롭게 오픈한 알카트라즈 감옥을 사수하라!

2억달러어치 황금의 소재를 알아내려는 교도관 출신 악당 도니는 정예부대를 조직, 첨단 시스템을 갖추어 ‘신규 오픈’한 알카트라즈에 침투하려 한다. FBI 요원 스티븐 시걸은 죄수로 위장한 뒤 이들과 힘을 합쳐 도니의 공격을 막아내려는 임무에 착수한다. <할리 데이비슨과 말보로 맨>의 시나리오 작가 돈 마이클 폴의 감독 데뷔작이다.

8마일

한마디로 말해봐! 에미넴이 랩으로 토해내는 젊음의 분노와 격정

<LA 컨피덴셜>의 커티스 핸슨 감독이 인기절정의 백인 래퍼 에미넴을 출연시켜 만든 야심작으로, 실제 에미넴의 삶과 공통점이 많은 반자전적 픽션이다. 공업도시의 성공신화가 무너지면서 계층적, 인종적 양극화가 심해진 95년의 디트로이트. 청년 지미 스미스와 친구들은 낮에는 밑바닥 일을 전전하면서 그룹 ‘3⅓’을 만들어 밤마다 힙합클럽에 나간다. 그들은 음악을 유일한 출구로 삼아 거기에 분노와 격정을 실어나른다. 에미넴과 닥터 드레의 호소력 강한 음악에 힘입어 미국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한마디로 말해봐! 에로감독 봉만대가 충무로에 나왔다

디자이너 신아와 작가지망생 동기는 우연히 만나 섹스를 나누고 동거까지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한동안 숟가락만 부딪혀도 온몸이 더워지는 열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동기의 마음이 식어가면서 섹스도 함께 싸늘해진다. 그 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신아는 동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랑과 섹스에 관해 묻기 시작한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연어> <이천년> 등으로 에로비디오 업계를 뒤집은 봉만대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자연스러운 섹스와 아름다운 누드를 추구하는 영화다.

시카고

한마디로 말해봐! 불행한 연인들의 노래 <물랭루즈>, 욕망으로 죄지은 여인들의 노래 <시카고>

재즈의 황금기 1920년대 시카고 쇼 비즈니스계. 보드빌 무대의 스타 벨마는 그녀를 배신한 남편과 여동생을 살해한다. 벨마를 동경하며 스타의 꿈을 꾸던 록시는 출세길을 약속한 정부가 배신하자 남자를 죽인다. 연인이나 남편을 살해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여자들의 감옥에서 만난 두 여자는 또 다른 스타덤과 변호사(리처드 기어)의 관심을 놓고 경쟁한다. <애니>를 TV판으로 각색해 성공한 롭 마셜이 연출한 뮤지컬로 일찌감치 오스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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