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행제로
한마디로 말해봐! 80년대 고등학생들의 액션+멜로+코미디
애초에 <명랑만화와 권법소년>이란 제목으로 알려졌던 영화. 실제 이야기도 ‘권법소년이 나오는 명랑만화’ 같다. 문덕고 최고의 주먹 중필(류승범)은 어느 날 이웃 여학교의 민희(임은경)에게 반해 구애작전을 펼친다. 이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전학생 상만(김광일)이 학내 조직을 하나씩 정리하며 중필의 자리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중필을 짝사랑하던 오공주파 나영(공효진)은 민희와 연적이 된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태용, 민규동 감독과 더불어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수학한 조근식 감독의 데뷔작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이 ‘젊은 영화’의 분위기를 풍긴다. 감독은 <품행제로>를 “얼굴 하얀 소녀와 양아치 같은 남자애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해 ‘80년대’라는 시간, ‘학교’라는 공간을 결합시킨 영화”라고 설명한다. 조근식 감독은 김태용, 민규동, 박윤경 등 세 감독이 공동연출한 단편 <열일곱>에서 촬영을 맡기도 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양아치를 기억한다면 <품행제로>에서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중필로 나오는 류승범의 활약이다. 류승범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경쾌하고 발랄한 코믹연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보물성
한마디로 말해봐! 21세기의 보물선, 이젠 우주로 날아간다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을 거의 그대로 살린 SF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알라딘>을 만든 클레멘츠와 머스커의 공동작품이다. 엄마와 단둘이 여인숙을 하며 살고 있는 십대소년 짐은 혈기를 주체 못하는 말썽꾸러기다. 짐은 우연히 보물지도를 손에 넣자 망설이지 않고 전설적인 해적의 보물을 찾으러 떠난다. 그는 탐험선 요리사 실버와 마음을 터놓게 되지만, 실버는 보물을 노리고 승선한 해적들의 우두머리였다.
피아니스트
한마디로 말해봐! 홀로코스트의 계곡을 가로질러 인간과 인간을 잇는 멜로디
2002년 황금종려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옷깃에 달아준 영화 <피아니스트>는 실존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회고록에 기초했다. 나치 점령하의 바르샤바에서 사냥터의 짐승처럼 고통스레 목숨을 부지하던 유대계 피아노 주자 스필만은 독일군 장교에게 발각된다. 최후의 연주를 명했던 장교는 마지막 음이 다한 뒤에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나치가 패전하고 스필만은 포로가 된 그 장교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지만 재회하지 못한다. 폴란스키의 게토, 수용소 체험이 녹아 있는 사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레전드 오브 리타
한마디로 말해봐! 아무도 미워하지 않은 여자의 죽음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어떤 이들에겐 이해 불가능한 혼돈 속의 죽음을 의미했다. 1970년대 분단 독일. 서독의 처녀 리타는 연인 앤디에 대한 애정과 순진한 정의감으로 적군파 테러리스트 조직에 가담한다. 앤디를 구출하다 경찰에 쫓기게 된 리타는 동독으로 건너가 이름과 정체성을 바꾸어가며 생존을 꾀한다. 가짜 이름 아래의 삶에서도 진짜 우정과 사랑을 경험하는 리타. 그러나 독일이 통일되자 동독 경찰은 서독쪽에 리타의 신상정보를 넘겨준다.
서울독립영화제
12월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미로스페이스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를 개최한다. 총 467편이 출품되고 단편 26편, 중편 12편, 장편 4편 등 총 42편이 본선 경쟁작으로 선정, 상영될 예정. 특히 올해는 해외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데 미국 인디영화의 대부 존 카사베츠의 회고전은 반드시 챙겨볼 프로그램이다. “오늘날 작가란 우선 스타일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면, 카사베츠가 형식의 훌륭한 창조자였다는 걸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매체를 창조하였고 스타일의 길을 선택했다”는 프랑스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진술대로 카사베츠는 할리우드 시스템과 거리를 두며 자신만의 화법을 만든 감독으로 손꼽힌다. 회고전 상영작은 1960년 베니스영화제 비평가상 수상작인 <그림자들>, 68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얼굴들>, 74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영향 아래 있는 여자>, 마틴 스코시즈와 함께 구상한 76년작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78년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오프닝 나이트> 등 5편. 서울독립영화제는 또 다른 해외프로그램으로 영국 단편 파노라마도 준비 중이다. 영국의 단편영화 17편이 상영될 예정. 한편 지난해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라는 제목으로 조기 종영한 영화들을 모아 상영, 큰 인기를 얻었던 하이퍼텍 나다는 올해도 12월27일부터 2003년 1월10일까지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