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격돌! 12월부터 설까지 겨울영화 60편 [7] - 1월
2002-12-06

마들렌

한마디로 말해봐! 조인성이 신민아를 만났을 때

98년 <퇴마록>으로 데뷔한 박광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액션판타지였던 첫 영화에서 180도 전환, 촉촉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는 소설가를 꿈꾸는 대학생 지석이 미용실에서 중학교 동창 희진과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헤어 디자이너로 성공한 희진을 보고 호감을 느끼는 지석, 몇번의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고 희진이 대담한 제안을 해온다. 한달만 연애를 하자, 한달 전에는 누구도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고, 한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자. 지석은 희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한달이 끝나갈 무렵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박광춘 감독은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로맨틱코미디도, 왕가위식 우울한 멜로도 아니고, 가벼우면서도 느낌이 있는, 멜로지만 <청춘스케치>처럼 청춘 성장영화 같기도 한 영화”라고 말한다. 제목 ‘마들렌’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빵의 이름. 소설 속 주인공이 어느 날 그 빵을 맛보는 순간 잊고 있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혀끝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기억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파이란>의 김영철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고, <인디안 썸머>로 알려진 독일인 음악감독 미하엘 슈타우다허가 음악을 맡았다.

메트로폴리스

한 마디로 말해봐! 인간과 로봇, 그 공존의 미래에 대한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3인3색의 퀼트

<철완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 원작, <은하철도 999> 극장판의 린 타로 연출, <아키라>의 오토모 가쓰히로 각본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던 SF애니메이션. 미래의 거대도시 메트로폴리스에서 로봇은 가장 유용하면서도 이질적인 존재다. 로봇과 인간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실권자인 레드경은 세계 네트워크에 침투할 수 있는 로봇 티마를 개발해 지구 정복을 노린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을 통한 ‘인간다움’에 대한 반문, 미래에 대한 음울하고도 따스한 이미지의 몽상이 매력적인 작품.

베터 댄 섹스

한 마디로 말해봐! <코스모폴리탄>을 뒤적이다 발견할지도 모르는 즐거운 사랑법

연전 개봉한 <포르노그래픽 어페어>처럼 <베터 댄 섹스>도 진정 성숙한 관계는 100% 섹스만으로 시작해 섹스보다 더 좋은 단계로 진도를 나갈 수 있다고 믿는 로맨스영화다. 호주 여피들의 파티에서 만난 디자이너 신시아와 사진작가 조시는 깔끔한 뒤끝이 보장된 원 나잇 스탠드를 맘껏 즐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남자는 여자의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둘은 포옹과 키스 사이사이에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큐브2

한 마디로 말해봐! 형틀인가, 감옥인가. 그때 그 감옥이 더 잔인해졌다

갇힌 자가 한발만 헛디디면 뼈와 살을 삶은 계란처럼 썰어버리던 그 흉측한 감옥을 기억하는가. <큐브2>에서도 수인들은 4차원에서 무한 연속되는 감방의 메커니즘을 풀어내야만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 더욱 교묘하게 업그레이드된 덫을 뚫고 나가야 할 2편의 탈옥수 무리는 군인, 게임 계발자, 엔지니어, 눈 먼 학생, 치매 할머니, 변호사, 정신과 의사, 비즈니스 컨설턴트들. <아메리칸 사이코>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의 선혈 낭자한 광경을 촬영해온 안드레이 세큘라가 메가폰을 잡았다.

밀레니엄 맘보

한마디로 말해봐! 거장 허우샤오시엔이 전하는 밀레니엄 송가

허우샤오시엔의 2001년작. 허우샤오시엔의 미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낯설고 지루한 영화로 비치겠지만 그의 변화를 주시했던 이들에겐 허우샤오시엔의 새로운 경지를 알리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타이베이의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비키의 젊은 날을 그린 이 작품에서 허우샤오시엔은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준다. 움직임없이 대상을 지그시 지켜보던 카메라는 원신 원컷 방식을 거의 어김없이 지키면서도 이제 인물의 동작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고 대상의 곁에 바짝 다가선다. 카메라의 동선이 동시대 타이베이 젊은이들의 가파른 생활리듬을 영화적 리듬으로 되살려내는 것이다.

스몰 타임 크룩스

한 마디로 말해봐! 우디 앨런에게서 카프카와 잉마르 베리만을 빼면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전직 스트리퍼 프렌치와 전과자 레이가 어찌어찌하여 벼락부자가 되었다가 다시 가난뱅이로 돌아오기까지의 소동극. 레이와 프렌치는 은행을 털기 위해 은행 옆집에 눈가림으로 쿠키가게를 열었다가 레이의 땅굴파기가 연신 좌절하는 동안 프렌치의 쿠키가게는 뜻밖의 대박을 터뜨려 졸지에 거부가 된다. 그리나 본격적인 슬랩스틱코미디는 졸부 내외가 계급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서 시작된다. 휴 그랜트가 프렌치에게 교양을 가르치는 곱슬머리 미술품 딜러로 분해 스테레오 타입의 진수를 보여준다.

컨텐더

한 마디로 말해봐! 원색 정치스캔들 뒤에 도사린 복잡한 색깔의 질문들

대통령 임기 말년. 상원위원 레이니 핸슨은 여성 최초로 부통령 지명을 받고 신임 청문회에 나선다. 그러나 여성의 고위직 진출 자체를 불쾌히 여기는 청문회장 러니언은 그녀가 대학 시절 섹스파티를 즐겼다는 경력을 폭로하고 다른 이기적 목표를 가진 정치인들이 뒤따라 핸슨의 등을 찌른다. 부정도 시인도 하지 않는 핸슨의 침묵은 사생활과 공직 수행능력, 영화 <맨헌터> <닉슨> <플레전트빌>의 원경에서 진한 인상을 남긴 배우 조앤 앨런의 원숙한 연기력을 마음껏 주목할 수 있는 기회.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

서울아트시네마는 2003년 1월17일부터 26일까지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을 연다. 문화학교 서울이 주최하며 상영작은 모두 12편. <감각의 제국> <열정의 제국> 등 이미 개봉한 영화도 있지만 <청춘의 잔혹한 이야기> <일본의 밤과 안개> <사육> <윤복이의 일기> <백주의 살인마> <교사형> <돌아온 주정뱅이들> <소년> 등 60년대 걸작들도 만날 수 있다. ‘동양의 고다르’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오시마 나기사는 한편으론 일본의 영화전통과 맞섰고 다른 한편으론 기성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대항했던 감독. 특히 70년대 이후 만든 영화들과 달리 60년대 영화들은 급진적이고 신랄하며 전위적이었다. 일례로 68년작 <교사형>은 일본인 소녀를 강간살해한 재일동포 소년이 사형을 당하는 이야기인데 목을 매달았는데 죽지 않은 소년 때문에 놀라운 소동이 벌어진다. 죄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에 즉석연극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일본 사회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폭로되는 것이다. 전체가 43숏으로 이뤄진 <일본의 밤과 안개>와 2천컷에 이르는 숏을 편집해 완성한 <백주의 살인마>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고, 오시마의 60년대 영화를 통해 50년대 좌파운동의 실패 이후 일본의 사회상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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