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원정대와 꼬마 마법사가 프랜차이즈의 장도에 오른 이래, 겨울 극장가 풍경은 떠들썩하기로 정평난 여름 시즌을 부쩍 닮아가고 있다. 12월13일부터 2003년 2월 말까지 스크린을 노크할 영화는 줄잡아 60편. 한국영화 17편과 외국영화 43편이 개봉을 확정했거나 극장 스케줄을 잡느라 분주하다.
2002년, 2003년 겨울 박스오피스의 소주제는 귀환.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 시리즈가 예정대로 돌아와 연말연시 극장가에 두개의 탑을 세우는 것은 물론, 몇 해 동안이나 겨울잠을 잔 한석규가 <이중간첩>의 버림받은 스파이 역으로 내년 설날 귀환하고 <비치> 이후 종적이 묘연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두 거물 마틴 스코시즈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 <갱 오브 뉴욕>과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 모처럼 동시상영 이벤트를 벌인다. 그런가 하면 늘 그대로의 친숙한 손짓으로 관객을 부르는 영화도 즐비하다. 섣달 그믐 개봉할 피어스 브로스넌의 , 설날의 연인 관객을 겨냥한 휴 그랜트의 고전적 로맨틱코미디 <투 윅스 노티스>, 주성치표 코미디 <럭키 가이>가 스타와 장르의 익숙한 밀월을 내세우며 다가오고 있고 <큐브2>, 할리우드판 <링> <애널라이즈 댓> 등 속편들도 대기 중이다. 타르코프스키의 고전과 동일 원작을 가공한 스티븐 소더버그-조지 클루니 조의 <솔라리스>와 박중훈의 도전을 목격할 수 있는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도 리메이크에서 새로움을 구한 기대작들이다.
출연진과 스탭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마음에 오색 구름을 일으키는 장이모의 <영웅>, 영화제를 통해 이미 기대가 부풀려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허우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 피아노를 통해 인간을 해부하는 두편의 <피아니스트>는 영화 미식가들의 겨울 성찬이 될 외화들. 한국영화로는 젊은 얼굴들이 돋보이는 영화가 눈에 띈다. 류승범·임은경·공효진의 <품행제로>, 조인성·신민아의 <마들렌>, 김하늘·권상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 조인성·조승우·손예진 <클래식> 등은 차세대 재목을 골라낼 작품들. 한편 내년 초 개봉예정인 <튜브>와 <블루>는 올해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초토화시킨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생존가능성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 주목받은 두 감독 장준환, 봉만대의 데뷔작도 관심거리다. 단편 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선보였던 장준환 감독은 <지구를 지켜라>로, 에로비디오에서 발굴된 봉만대 감독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장편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