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어서 오세요, 가족의 자리에
2014-04-08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허우샤오시엔의 밥상
<카페 뤼미에르>

허우샤오시엔의 ‘밥상’이라고 했을 때 모두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들은 아마도 <비정성시>나 <해상화>일 테지만, 문득 나는 이 짧은 지면에서 이미 많은 비평가들과 학자들이 분석해놓은 ‘허우샤오시엔 밥상의 비밀’을 반복해서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졌다. 만약 그저 작은 나의 취향을 허락한다면, 허우샤오시엔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개의 밥상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다.

그 첫 번째 영화는 <카페 뤼미에르>이다. 대만에 살고 있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주인공 요코는 고향집에 내려가 아버지가 잠든 사이, 뒤늦은 저녁상을 차려준 새엄마에게 망설임 끝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린다. 요코는 무심한 듯 계속 밥을 먹고 새엄마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다. 이때의 밥상은 요코와 새엄마를 한자리에 불러 앉혀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밥상에 요코의 아버지가 초대받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부는 도쿄의 장례식에 다니러 왔다가 요코의 집에 들른다. 이들을 밥상으로 불러앉히는 건 바로 요코가 먹고 싶어 했던 ‘니쿠자가’(소고기감자조림)이다. 니쿠자가를 나누어 먹으며 가족은 비로소 밥상 앞에 모여 앉는다.

허우샤오시엔은 종종 밥상의 풍경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곤 했다. 밥상 풍경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때로 가족의 죽음이거나(<동년왕사> <동동의 여름방학>), 역사적인 사건들이기도 하였으며(<비정성시> <호남호녀>), 또 한편으로는 근대화이기도 했다(<희몽인생> <해상화>).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밥상이라는 공간이 끊임없이 인물들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빨간풍선>을 생각해본다면 무척 신기하다. 허우샤오시엔은 수잔(줄리엣 비노쉬)의 집 중심에 상대적으로 큰 식탁을 놓고 카메라를 그 앞에 고정시킨 뒤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를 상하좌우로 조정하며 프레임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카메라는 마치 식탁 밖으로 벗어난 인물들을 잡아서 끌어앉히듯 인물들을 데리고 자꾸만 식탁으로 돌아온다. 이때 등장인물들은 식탁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대신, 자신들이 가진 물건이나 생각, 이야기들을 그곳에 늘어놓고 공유한다. 그래서 수잔의 식탁은 항상 물건들로 가득하고 번잡하다.

허우샤오시엔은 한 인터뷰에서 왜 그렇게 밥 먹는 장면을 자주 찍느냐는 질문에 그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가장 잘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식사시간을 일부러 기다렸다가 배우들이 촬영하면서 밥을 먹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허우샤오시엔 영화에서 함께 식탁에 앉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보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카페 뤼미에르>를 볼 때마다 감자조림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사물이 감독에게

마음 불편한 사람들 자꾸 내 앞에 앉히지 말아주세요. 지켜보는 나도 힘들답니다. 그렇게 자주 나를 찾으면서, 나도 가끔은 클로즈업으로 찍어주시면 안 되나요? 자꾸 그러시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로 도망가버릴 거예요.

사물 퀴즈 07

<빨간풍선>에서 주인공 수잔의 아랫집 남자가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 그녀의 부엌에서 몰래 하려고 했던 요리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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