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째, 영화를 많이 보고 둘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셋째,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맘때가 되면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어진다. 한해 동안 본 영화들을 되돌아보고 정리한 후 나름의 지도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우리가 지나간 것들을 되새기는 건 단지 과거를 추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차라리 오늘 서 있는 자리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가깝다. 한해 동안에도 수백편씩 쏟아져나오는 영화의 홍수 속에서 각자 영화와 보냈던 시간들을 발견하고 다시 마주하는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도 깊어진다. <씨네21>이 해마다 진행하는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 선정은 영화를 향한 우리의 러브레터다. 동시에 2020년, 앞으로 <씨네21>이 나아갈 방향과 갖춰야 할 태도를 지난 영화들을 통해 발견한다.
2019년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에는 26명의 평론가와 기자들(정성일 평론가는 외국영화 베스트에만 참여)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주었다. 각자의 취향과 고민이 반영된 다양한 결과물을 마주하며 올해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우리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었는지를 되새겨본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주연 남녀배우, 신인 남녀배우, 신인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총 9개 부문에서 선정했다. 올 한해 한국영화를 풍성하게 꽃피워낸 이 얼굴들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비록 순위를 선정하긴 하지만 순위는 그저 참고를 위한 간단한 지표일 뿐 중요한 건 올해 놓치고 지나간, 혹여 보지 못했던 영화들에 대한 확인과 발굴, 그리고 소개다. 그래서 이건 독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우리의 연말 선물이기도 하다. 비록 길지 않은 목록이지만 각자 지나간 시간을 마주하고 2019년에 관한 영화 지도를 그려나가보시길 희망한다. 여기 우리의 2019년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