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기쁘고 영광스럽다.” 봉준호 감독은 런던에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음성메시지를 통해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소감을 전해왔다.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심리적, 철학적 그리고 국제적이란 수식어까지 동반해야 하는 아이콘”(이용철)으로서, “여러 장르를 하나로 조립하여 장르 규칙을 새롭게 정의하고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연출력의 정점”(허남웅)으로서, <기생충>은 한국영화 100주년에 찾아온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봉준호 감독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천만 관객 돌파, 북미영화계의 열광적인 반응은 “거칠게 압축하자면 하나의 소동, 즐거운 해프닝”으로 볼 수 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년간 영화를 만들 때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나와 이야기가, 또는 나와 매 장면들이 투명하게 일대일로 마주하는 상태가 되려고 노력해왔다. 나를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해준 <씨네21>의 평자 여러분 또한 그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기생충>을 지지해줬다고 믿는다. 영화를 둘러싼 소동과 관련없이 <기생충>이라는 작품 자체를, 이 작품의 신과 숏들 하나하나를 봐주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는 의미가 더 크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같은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감독과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즐거움을 안기는 영화다. “<설국열차>와 <옥자>에서 느슨해졌던 그만의 독특한 색채는 보편성 속에서도 오롯이 발현될 수 있는 현명한 길을 찾아냈”(김지미)으며, “과거의 시대정신을 회고하거나 정전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사회의 모순에 녹여내면서 끊임없이 현재화”(황진미)되고 있다. <기생충> 이후 봉준호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데뷔로부터 20주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관객에게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감과 물음표를 남기는 연출자를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하는 건 당연한 귀결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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