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순간을 정성스럽게 담고 싶어서, <고백하지마> 배우 겸 감독 류현경
2024-12-13
글 : 조현나
사진 : 백종헌

신작 <고백하지마>의 공개를 앞두고 감독 겸 배우 류현경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지인에게 영화를 보여줬을 때 악평에 가까운 피드백을 받았다. 독립영화라고 하니 심오하고 깊은 작품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볍고 웃겨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위축된 마음으로 관객 반응도 별로일까 걱정하다가, ‘내가 재밌으면 됐다’고 여기며 겨우 잠들었다. 상영 때 많이 긴장했는데 객석 여기저기서 내가 웃은 부분에서 똑같이 웃음이 튀어나와 신기하고 기뻤다.” 류현경 감독의 장편 <고백하지마>는 김오키 감독의 영화 <하나, 둘, 셋 러브>의 촬영이 마무리된 후 주연배우 충길(김충길)이 동료 배우 현경(류현경)에게 급작스럽게 고백하면서 시작한다. 현경은 충길의 마음이 부담스럽지만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며 둘의 관계에도 변화가 인다.

<고백하지마>는 실제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김오키 감독의 <하나, 둘, 셋 러브> 현장에서 시작됐다. “비로 인해 마지막 촬영을 못하게 된 차에 대여해둔 카메라가 아까워 뭐라도 찍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무슨 대화를 나누면 좋을지 생각하며 충길과 나란히 앉았는데 갑자기 고백을 하는 거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고 즉흥연기에 능한” 김충길 배우의 애드리브가 빛을 발한 것이다. “그 상황이 재밌었고 극 중 두 사람의 관계가 잘 발전돼 함께 바닷가를 걷는 장면이 곧바로 떠올랐다. 그렇게 다음 촬영지를 부산으로 설정했다.” 부산에서 충길과 현경은 운명처럼 재회한다.

류현경 감독이 연출과 출연을 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학 졸업 작품도 감독이자 배우로 임했는데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고백하지마>는 대본 없이 즉흥성을 발휘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다른 배우에게 디렉팅하는 대신 원하는 만큼의 감정을 담아 내가 직접 연기하면 되니 편하더라. 그런 순간들이 쌓이니 무척 즐거웠다.” 한편 다른 출연배우와 일반인들도 대본이 없는 촬영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대본이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지만 대체로 내 요구를 잘 반영해줬다. 연기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도 무리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게 경이롭더라. 사실 누구나 연기를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촬영 현장에 누구보다 대사를 많이 외워간다고 자부할 만큼 류현경 감독은 대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고백하지마>는 그런 배우로서의 나의 태도와 상반된 작품이다. 하지만 이런 제작 방식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담기고, 때로 더 직관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는 것이 무척 좋았다.” 영화 <고백하지마>를 연출한 뒤 류현경 감독은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을 갖게 됐다. “순간을 정성스럽게 담고 싶은 촬영에 대한 열망은 아역배우 시절, 카메라 앞에 자주 서면서부터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영화를 만들고 영상을 찍기 전에 고민이 컸는데 지금은 주저했던 과거의 그 시간들이 아깝다. 무엇이든 기록하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나. 이제는 찍고 싶은 것들을 곧바로 촬영하려 한다. 그게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말이다.” 류현경 감독은 차기작도 비슷한 형식의 제작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결혼한 부부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컨셉을 고려 중이다. 제목은 <남의 이야기>가 어떨까. (웃음)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이유는 아직 구체화하는 중이다. 또 모른다. 이러다 갑자기 촬영에 들어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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