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서,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 현장을 가다
2024-12-13
글 : 최현수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12월2일, 올해로 7회를 맞은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이하 배우프로젝트)의 본선이 CGV청담씨네시티 MCUBE관에서 열렸다. 2018년 권해효, 조윤희 배우의 제안으로 시작된 배우프로젝트는 창작자와 배우간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데 앞장섰다. 홍경, 옥자연, 노재원, 윤가이, 오경화 등 독특한 색깔로 대중에게 이름 알린 배우들도 한때는 무대 위에서 독백 연기를 소화한 지원자였다. 이번 배우프로젝트는 역대 최다인 4856명의 배우가 지원하며 누적 지원자 수 1만5천명을 돌파했다.

행사 시작 전, 무대 한편에서는 본선 진출 배우 24명의 예심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 말미에 의외의 손님이 등장했는데, 기주봉 배우가 그 주인공이었다. 사회를 맡은 권해효 배우는 “기주봉 배우의 참가 신청에 깜짝 놀라 새벽에 전화했다”라는 후일담을 밝히며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렸다. 본선 심사위원에는 행사를 주관한 배우 조윤희를 비롯해 <밀수>와 <리볼버>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김종수 배우, <장르만 로맨스>를 연출한 조은지 배우 겸 감독, <화차>의 변영주 감독,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Mr. 플랑크톤>과 <거미집>의 오정세 배우가 참석했다. 변영주 감독은 “배우프로젝트의 참가자를 배우로 기용한 적이 벌써 2번”이라며 “결과와 상관없이 창작자에게 이름을 알리는 자리가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정세 배우는 “무대에서 인사를 건네는 나조차 떨린다. 여러분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긴장하고 있을 참가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참가자 1번 박세기를 시작으로 6인 1조씩 총 4조의 연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지원자들은 목장갑, 술잔, 박카스 등 여러 기물을 활용해 자신만의 연기를 선보였다. 짧은 시간에도 트라우마를 겪는 골키퍼, 빨래를 두고 실랑이하는 아내, 부모의 죽음을 그리워하는 자식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번 배우프로젝트부터는 지난해까지 1등, 2등, 3등으로 차등을 두던 본심 수상 방식을 심사위원상 3명과 대상 1명으로 개편했다. 심사위원상에는 신민지, 이도현, 심다빈 배우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된 감독들의 온라인 투표로 미리 선정되는 디렉터스 초이스 부문에는 박세기 배우와 박혜인 배우가 호명되었다. 심사위원상과 디렉터스 초이스 부문 수상자는 각각 상금 100만원과 상패가 수여된다. 상금 200만원과 상패를 수여하는 대상은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는 평가와 함께 정지현 배우에게 돌아갔다. 맨발로 무대에 주저앉아 귤을 까먹으며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 속 한 대목을 각색해 덤덤하게 친구에게 말을 걸던 그는 수상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시상식이 끝나고 정지현 배우는 “영상에서 보던 수상자들의 얼떨떨한 모습이 내가 될 줄은 몰랐다. 거친 세상에서 잘 살아남아 좋은 동료들을 기적적으로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202:1의 경쟁률 60초의 기회

은수
박세기
조한서
채희주
신민지
이도현
민소연
서지희
노주현
전혜연
김다혜
이희재
이현서
나청월
김재민
강승우
박혜인
김윤주
김대훈
심다빈
이예지
박서온
정지현
손진영

상대역도, 주어진 대본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배우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202 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60초의 시간을 손에 쥔 24명의 새로운 얼굴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처럼 말이다. 신인배우들이 선보인 각양각색의 독백으로 가득했던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배우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의 현장에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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