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오늘의 ‘독립영화’를 고민하다 - 김진유 감독, 장우진 감독,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정지혜 평론가 4인 대담 ❶
2024-12-13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 50주년을 기념하며 각자의 전선에서 영화를 만들고 주시해온 4인의 창작자, 비평가를 초대해 오늘의 ‘독립영화’에 대해 물었다. 영화제 예산 삭감을 위시한 지원제도의 축소와 공백, 시장의 한파에 위축된 창작 진영의 분위기에 공감하고 자성적 고민을 더하는 한편, 이들은 공동의 신기함을 나눴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산재한 위기를 직면하면서도 바람은 한데로 모아졌다. 우리를 찌르고 당황하게 만드는 이상한 영화. 작지만 막강한 힘을 지는 독립영화를 계속 만들고, 쓰고, 보고 싶다고.

장우진, 백재호, 정지혜, 김진유(왼쪽부터).

백재호 <대관람차> <시민 노무현> <붉은 장미의 추억> 감독, <역할들> <최선의 삶> 프로듀서. 2024년부터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장우진 <새출발> <춘천, 춘천> <겨울밤에> 감독. 춘천 지역을 기반으로 영화사 봄내필름을 운영 중이다.

김진유 <나는보리> 감독. 현재 두 번째 장편영화 신작 후반작업 중이다.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지혜 영화평론가.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 비평 워크숍 플로모션을 운영 중이다.

- 씨네21 - 서독제 프로그래머, 예심 심사 등에 참여해온 정지혜 평론가가 올해 작품들을 살피고 느낀 경향이나 질적, 양적 변화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정지혜 일단 작품 편수는 매년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있다. 제작 여건이나 배급 상황,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과거보다 쉬워졌다기보다는 핸드폰, 유튜브, 다양해진 카메라 장비 등 여러 채널과 플랫폼으로 인해 더 익숙한 매체가 된 것 같다. 만듦새 측면에서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지만 새삼 ‘웰메이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해보게 된다. ‘이거 뭐지?’ 하는 주의를 끄는 작품, 평자로서 ‘이것만은 지키고 싶다’고 하는 날 선 영화는 올해 많이 만나지 못한 것 같기도 해서 그 점이 고민스럽다.

- 씨네21 - 서독제 상영작 외에 최근 한국영화를 두루 접하며 감독님들이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어떤지도 궁금하다.

장우진 <괴인> 같은 영화가 특별했는데, 이정홍 감독님 같은 분이 자주 작품을 못 만드는 환경이니 그런 거 아닐까?

김진유 말씀하신 장우진 감독님도 본인만의 색깔로 영화 만드시는 분 아닌가. 최근에 신작을 작업한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면, 내 경우는 관객과의 접점을 고민하는 형태로 작업을 하다보니 어느샌가 나의 어떤 부분이 무너져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 많은 연출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타협하는 부분들에 대해 고민하곤 할 것이다. 스스로 작가의식을 더 고집해서 지켜나갈 필요가 있는 것 아닌지 질문하는 요즘이다. 그만큼 독립영화를 만드는 환경 안에서 실험적이거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장우진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을 받고자하면 다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여러 사람에게 고루 지지를 받으려면 작품이 쉽게 설명될 수 있는 형식이어야 하고, 사실 그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현대영화의 어법이 아니다. 동기나 감정이 납득되게 스토리텔링하지 않고 그냥 그 상태를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 영화인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심사 과정에서 신뢰를 얻지 못한다. 나는 딱 한번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지원을 받은 적 있지만 그때도 “시나리오대로 안 찍겠다”고 선언했고 그걸 받아주셨던 경우다. 그외엔 보증금 빼서 작업하거나…. (웃음) 그럼 이게 시스템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쓰자고 버티면 되는 문제냐, 말이 쉽지 그렇지가 않다. 고립되는 시간을 겪다보면 내 작품을 세상 사람들이 안 좋아해줄 것 같고 영화제에서도 안 받아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김진유 이야기 중심의 영화들에 그 미덕과 효용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창작자의 색이 보이는 영화들 대신 이야기만 앞서는 영화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장우진 그게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우울한 건 지원을 받기 위해 그런 방향을 전략적으로 택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감독은 아예 시도를 하기 어렵게 되는 상황이다.

백재호 영화과, 영화교육기관도 비슷해 보인다. 워크숍 과정, 학교 졸업 작품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교수님의 인정을 받거나 동기들에게 지지를 얻으려면 결국 이해받을 만한 작품을 써야 한다. 내 세대가 데뷔하고 첫 작품을 만들 때만 해도 지금처럼 제작비가 높지 않았고 서로 품앗이로 작업을 할 수 있었으니 어떻게든 이런저런 시도가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인력 및 인건비 부분에서도 한계를 마주하기 쉬운 상황이다보니 제도적으로 승인받고 최소한의 ‘플랜’이 짜여져 있는 영화들 위주로 우선 만들어지게 된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영화가 완성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까.

정지혜 올해 서독제 포럼 <창작자의 작업실 2. 비타협영화집단 곡사의 '전위' 시대>에서 김곡 감독이 한 말이 생각난다. 아직도 자신들이 전위적인 창작자로 불리는 것이 민망하다고 하면서, 과거에는 오답을 내는 분위기가 허용된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정답을 내려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과거엔 누가 더 미쳤는지, 얼마나 더 과격한 오답을 내는지 오히려 경쟁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제작지원 단계든 영화제에서의 선정이든 시스템에서의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건 창작자 뿐 아니라 심사위원과 평자들에게도 공유되는 것이다.

사라진 영화제, 정답 찾는 지원제도, 위기의 양성소

김진유

- 씨네21 - 근본적으로 독립영화는 지원과 육성의 대상일까. 그렇다면 지원 제도의 문턱과 닿아 있는 정형화된 내러티브 스타일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영화학교는 오랫동안 있어왔지만 언제부턴가 학교 졸업 작품들의 일률적인 경향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어디서부터 짚어볼 수 있을까.

김진유 독립영화의 육성과 지원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달려가서 배울 수 있는 공간, 영화에 관한 철학을 나누는 네트워크, 제작지원 제출이라는 1차 관문이 열린다는 점에서 그렇다. 출발점에 선 막막한 개인이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가면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나는 과거에 한국예술종합학교나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굉장히 가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 지난 10년간 주요 학교들의 영화를 챙겨봐왔는데, 점점 후퇴하고 있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공공연히 떠도는 소문도 있지 않나. 선생님들 말을 듣지 않은 작품들이 결국은 잘 풀렸다고.

백재호 경쟁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났는데 문이 좁아지니까 정답을 맞히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를테면 기존에 인정받은 영화들을 레퍼런스 삼아 만들기 시작하니까 1, 2년 전에 만들어진 성공 사례를 답습하는 구조의 반복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한 10년 사이의 흐름이 그래 보인다.

장우진 출신 학교라 이렇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한때 단국대학교 영화과 대학원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조금 달랐다. 객관적으로 그렇게 말해보고 싶다. 그런데 금방 없어지지 않았나. 학교는 사실 지도교수 개인의 역량에 어느 정도 기댈 수밖에 없다. 일본 도쿄대, 릿쿄대 영화처럼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새삼 궁금하다. 도대체 <괴인>은 어떻게 만든 거지? 만약 지원받고 찍을 요량이었으면 찍지 못했을 것이다.

김진유 덧붙이자면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시나리오 수업 과정에서 영화 시나리오가 아니라 드라마 수업을 한다고 알고 있다. 쇼러너적 접근을 한다고 들었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작가 교육도 바뀔 수밖에 없다지만 영화 학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철학은 놓치지 말아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백재호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상업영화를 잘 만들 수 있는 이들을 길러내는 양성소라 한다면, 그리고 아카데미 졸업 작품이 기본적으로 만듦새가 좋고 개봉까지 잘 이어지는 편이라고 본다면, 대중이 생각하는 독립영화의 형태가 대강 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영화를 한번 보고 싶어서 왔다가 상업영화와 비슷한데 예산이 적은 상업영화를 보게 되는 셈이다. 그 지점에서 똑같은 가격이면 제대로 된 상업영화를 보고 말겠다는 분위기가 생겨나기 쉽다. 엄밀히 말해 애초에 지원제도를 포기하고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창작자들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느낀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런 작품들이 가시화되지 않아서 독립영화가 저예산 상업영화처럼 인식이 바뀌고 있는 건 아닌지 더 고민해보게 되는 것 같다.

- 씨네21 – 인디포럼과 인디다큐페스티발이 품을 수 있었던 실험영화들,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더 빛났던 장르영화들이 있었다. 창작자들은 사라진 이 플랫폼들의 필요성을 지금 어떻게 실감하는지 궁금하다. 서독제가 이들 영화를 모두 품어야 하는 상황에서의 딜레마도 있을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심사 과정에서 장르별 안배도 고려하는지 궁금한데.

정지혜 서독제가 독립영화 신 안에서 어느 정도 규모감 있는 영화제로 자리 잡아 비교적 대중적인 취향까지 포섭하는 영화제였다면 인디포럼,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새로운 출구이자 대안적 역할을 수행했다. 근본적으로 이들 영화제가 문을 닫거나 잠정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 왜 벌어졌냐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결국 지난 10년간 독립영화 신 안에서 누적된 문제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문제, 사람의 문제, 제도와 예산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약한 꼬리부터 터져나가는 과정인 셈이니까.

백재호 지금은 확실히 서독제 한곳에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다 보니 좀 힘든 면도 있을 테고 그 와중에 프리미어도 지켜야 하고…

정지혜 혼자서 이야기하긴 민감한 부분이지만 내부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서독제가 지금은 사라진 영화제들의 성격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하나로 묶이는 부분이나 장르적인 안배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크게 보자면 달라진 생태계 안에서 지금의 ‘영화제’라고 하는 형식이 맞는지 의문도 든다. 영화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인력과 재정이 필요한 꽤나 무거운 시스템이다. 창작자가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 타협을 하기도 하는 것처럼 영화제도 일부분 바꾸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최근 들어 소규모 상영회 조직이나 비평 활동이 떠오르고 있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백재호 이런저런 심사에 참여해본 당사자 입장에서 말해볼 거리는 심사장의 풍경 자체가 좀 온순해졌다는 것이다. 확실히 서로 덜 싸우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각자의 1순위를 밀어붙이는 치열한 전투가 덜하고 주어진 시간 안에 무난한 합의가 도출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꼽히는 영화가 모두의 3, 4번 정도일 때가 있다. 왜 그럴까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의 이유가 있겠다. 소수의 지지를 받는 뾰족한 작품은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그걸 지지하는 심사위원도 용기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런데 정치적 올바름이나 SNS 분위기 등과 맞물려 논쟁적인 요소를 안고 가는 부분에 대해 다소 위축된 심리가 형성된 것 같다.

김진유 영화제 예심뿐 아니라 제작지원 심사나 시나리오 심사 과정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 씨네21 - 만드는 사람도, 지원하는 사람도 사회적 시선과 자기검열에 민감해진 부분이 창작 진영을 어느 정도 경색시켰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 고민이 성숙을 이끌긴 하겠지만 과도기에는 안전지향적 선택으로 몰리는 경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백재호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런 소재, 이런 주인공 캐릭터는 안될 거라고 걱정하게 되는 셈이다.

장우진 막상 내가 심사위원이 되어도 위험부담을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을까 자신하기 어려운 부분인 건 맞다. 특히 제도 설립 초기라면 더더욱.

김진유 비슷한 맥락에서 창작자 입장에선 영화제나 지원제도에 관해 출품작의 경향보다는 그해 프로그래머, 심사위원의 경향이 더 궁금해지는 게 사실이다.

백재호 심사위원 풀도 논의해볼 문제인 것이 대체적으로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참여가 어렵고 최근에 활동하지 않거나 독립영화와 관련이 없는 분들이 심사를 하다보니 어떤 괴리가 생긴다.

정지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심사위원 선정 방식에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공정성이란 심사위원단을 어떻게 꾸리느냐, 인명의 문제인데 지금 영진위가 내건 순차, 우선순위 기조는 사실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 아닌가. 공정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 일종의 모독이다.

장우진

- 씨네21 - 문제는 많지만 현실적으로 제도적 장치의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제언해준다면.

장우진 영진위 제작지원작의 경우 1년 단위의 정산이 없어져야 한다. 창작자에 따라 원한다면 영진위 지원금을 시드머니 삼아 해외를 돌면서 펀딩하고 프리프로덕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앞서 우리가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설명이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런 기준 자체가 해외로 가면 시각이 좀 달라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느낀다. 역량 있는 감독들이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칸 피칭도 갈 수 있어야 점점 더 3대 영화제 가는 작품들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볼 것 아닌가. 또 최근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괜찮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크레딧을 보면 한 2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펀딩을 받는다. 올해 기준으로 영진위가 11월에 마감을 했고 그럼 내년 12월까지는 완성을 해서 작품을 납품해야 하는데 이 정도 기한 안에서는 대담한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라고 해도 얼마나 깊게 고민할 시간이 있을까. 자꾸만 우리끼리 ‘이 정도면 된 것 같아’로 마무리하게 되기 쉽다. 단적으로 말해 지금의 영진위 시스템은 문화적 예외성이 없다. 기한, 평가지표 등 모든 방면에서. 그래놓고 해외에서의 한국 콘텐츠 경쟁력을 이야기한다. 해외 작품들과 동등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으론 불가능하다. 배우 캐스팅, 스테핑 문제도 마찬가지다. 스타급 배우들이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싶을 수도 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그들 스케줄을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 일정상으로는 무리다. OTT 때문에 배우 스케줄은 더 빡빡해졌는데 말이다.

김진유 문화산업의 예외 조항 없이 다른 산업과 같은 예산안으로서 운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제작지원금 운용 면에서도 고충이 있다. 자기 작품을 만들고자하는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제작지원금을 받고 이 돈을 다른 데 쓸 일이 없다. 100% 쓰고 외려 사비나 기타 투자금 등 더 많은 돈을 투여한다. 그러니 항목별 퍼센티지를 제한적으로 따질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100%를 사용했는지 실집행률을 확인하면 될텐데 이런 실질적인 지점들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들 때문에 독립영화에서 오히려 제작과정의 규격화가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백재호 지원작들의 경우 정산 일정을 고려하면 촬영 시기가 한정적이라 최근 한국 독립영화에 겨울영화가 없다. 미완성 편집본으로 내고 사비를 집행해서 겨울에 촬영하는 편법을 쓸 수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개봉작 지원사업 기한에 맞추려 독립영화의 개봉일정도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김진유 개봉작 배급 지원 사업은 물론 배급사를 위한 제도이지만 창작자 입장에서의 아쉬움도 덧붙여보고 싶다. 모든 작품이 똑같은 돈을 써야 하니 개봉 시기, 방식, 단가 등이 규격화된다. 배급사별 라인업이나 전체 포트폴리오를 보고 일정 금액을 통으로 지원해주면 그 한도 내에서 배급사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1년치 기획을 꾸려서 영화마다 규모도 방법도 개성 있게 해줄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이는 마케팅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예고편, 포스터 등이 점점 다 비슷해지고 있으니.

정지혜 새로운 개봉 모델에 있어선 장우진 감독님의 봄내필름에서 <춘천, 춘천> 때 인디스페이스 단관 개봉한 사례도 떠오르는데.

장우진 진명현 대표와 상의해서 개봉지원을 아예 내지 않았다. 좋은 공부가 됐다.

백재호 <춘천, 춘천>의 사례를 보았기 때문에 내 연출작 <붉은 장미의 추억>을 개인 배급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