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시즈가 동화책에 손을 댔다! 어느 모로 보나 도무지 감이 잡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스파이크 존즈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웨스 앤더슨이 <판타스틱 Mr. 폭스>를 호기있게 책장에서 집어들었을 때. 그 정도에서 가늠할 만한 꿍꿍이가 아니다. 더럽고 추악한 부패의 거리야말로 언제나 스코시즈를 인증하게 해주는 영화 속 공간이었다. 그런 그가, 이 모든 현실을 뒤로하고 꿈과 희망의 세계를 선언한 거다. 영화가 어드벤처라고? 이 정도 도전이면 노장 스코시즈 본인의 일대 어드벤처라고 봐도 무방하다. 뜬금없어 보이는 건 그러나 속단일지도 모르겠다. 스코시즈가 <위고 카브레의 발명품>에 손을 댄 건 벌써 2007년의 일. 그러니 그에게 ‘위코 카브레’의 동화 속 세계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셔터 아이랜드>의 무시무시한 섬을 기술할 때도,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부패한 애틀랜틱시티를 그릴 때도 이미 그의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셈이다.
원작자 셀즈닉도 기대하는 3D 프로젝트
영화는 1930년대 파리의 한 기차역에서 시계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위고의 모험담이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고장 난 로봇 인형을 수리하고 그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소년은 미스터리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이전, 이미 브라이언 셀즈닉의 원작은 독특한 구성과 형식으로 상당한 명성을 떨친 작품이다. 삽화가 글을 보충 설명하는 보통의 그림책과 달리 이 책은 삽화 자체가 글과 함께 이어져 스토리를 이어간다. 영화적 촬영 기법을 적극 도입한 덕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줌인, 줌아웃, 클로즈업 등의 카메라 워킹을 보는 듯한 유사체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 위고가 비밀을 밝히는 과정의 중심에는 단순 기록물의 역할에 머물렀던 영화를 극영화 형태로 바꾼 영화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의 존재가 있다. 바로 원작은 영화의 탄생을 설명해줄 가장 판타스틱한 상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533페이지에 달하는 어린이용 그림책에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를 비롯해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 등 초창기 영화와 관련된 엄청난 레퍼런스가 숨어 있는 것이다. 원작자인 셀즈닉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코시즈 감독이 내 이야기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다. 매우 스릴 넘친다”고 궁금증을 피력했다. 평생 영화와 함께한 스코시즈가 상상한 <위고 카브레의 발명품>의 모습은 어쩌면 벌써 답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탄생을 향한 엄청난 헌사에 앞서 스코시즈가 택한 방법은 3D다. 뭐,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스코시즈 감독은 올 초 공식석상에서 “3D의 깊이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3D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물론 한 인터뷰에서 “나 역시 3D영화에 흥분한다. 그러나 3D를 연출한다면, 단순히 관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가 아니라 드라마틱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나는 못하겠지만, 열살 된 내 손녀 세대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자신의 3D 연출에 대해선 반색했다. 그러나 이미 무수한 도전을 감행한 그가, 3D라는 새로운 기술력을 놓치고 갈 리 없었던 것 같다. 스코시즈의 어린이용 모험물은 바로 그 옛날, 멜리에스가 영화의 기술을 새롭게 고안해낸 것처럼, 한 세기 뒤 후배감독이 3D라는 신기술을 영화라는 꿈의 공간에 얼마만큼 적용할지에 대한 대결로도 읽힌다.
아이사 버터필드, 크로 모레츠 캐스팅
각본은 <글래디에이터>와 <아바타>의 존 로건이, 제작은 <디파티드>의 그레이엄 킹이 맡았다. 3D영화=메이저 제작사라는 틀을 깨고, 특이하게 독립영화사 GK필름이 제작을 맡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배급은 소니). 대담함과 지혜를 겸비한 주인공 위고 역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아이사 버터필드가, 위고의 모험을 적극적으로 돕는 똑똑한 소녀는 <렛미인>의 크로 모레츠가 캐스팅됐다. 또 영화의 비밀을 풀어줄 멜리에스 역은 카리스마 있는 벤 킹슬리가, 기차역의 감독관으로 사샤 바론 코언이 출연한다. 지난 6월,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한 <위고 카브레의 발명품>은 올겨울 개봉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