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맬릭이 얼마나 위대한지는 둘째 치고 그는 정말 게으르다. 1973년 <황무지> 이후 맬릭은 오직 네편을 찍었다. 마지막 영화는 2005년의 <뉴 월드>였다. 통계적으로 따지자면 다음 영화는 2015년 즈음에 나오는 게 맞을 터이나, 다행히도 맬릭의 신작 <생명의 나무>는 5년 만에 완성됐다. 그것도 숀 펜과 브래드 피트라는 두 할리우드의 아이콘을 데리고 말이다. 스타 시스템에 실려가는 맬릭의 첫 번째 주류영화냐고? 그럴 리가 있겠는가.
간략한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1950년대, 텍사스 소년이 순결한 유년기에서 어른으로 각성해가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간다.” 이 평범한 시놉시스에 사람들이 당황해할 때쯤 (그러니까 지난 12월)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11살 소년 잭에게 엄마(제시카 채스테인)가 말한다.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단다. 자연의 길과 은총의 길. 너는 어떤 걸 따를지 선택해야만 할 거다.” 폭군 아빠(브래드 피트)는 말한다. “언제나 강해야 한다. 사내답게 살아야 한다.” 성인이 된 잭(숀 펜)은 말한다. “아빠, 엄마, 당신들은 항상 내 속에서 싸우는군요.” 분명한 건 이게 한 남자의 성장에 관한 영화라는 거다.
진짜로 궁금한 것은 트레일러가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잭 피스크는 “맬릭은 뭔가 급진적인 것을 시도했다”고 증언한다. 특수효과 아티스트인 마이크 핑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은 바 있다. “맬릭을 위해 선사시대 지구의 장면들을 작업 중이다.” 게다가 <생명의 나무>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고 아이맥스로 개봉한다. 미학적 이유 없이 맬릭이 아이맥스와 CG 스펙터클을 선택했을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일종의 SF영화인가? 브래드 피트는 답한다. “어떤 면에서는 그러하다. 이건 50년대 태어난 꼬마의 성장영화로 보이지만, 그건 우주 속에 존재하는 아주 작고 미세한 이야기의 접합부일 따름이다.” 그는 “우주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테렌스 맬릭이 처음 시나리오를 들고 갔을 때 스튜디오의 대표는 이렇게 내뱉었단다. “미쳤군.” 이 세 단어면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새 영화를 기대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