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종합예술가
2011-01-18
글 : 정재혁
이와이 순지의 <뱀파이어>
<뱀파이어>

이와이 순지는 종합예술가다. 그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이고 동시에 소설을 쓰며 작곡도 한다. 그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대부분의 영화들은 스크린과 동시에 사진집 혹은 에세이 형태로도 공개됐다. 국내에선 영화감독이란 크레딧이 유독 크게 알려져 있지만 이와이 순지는 좀더 넓은 영역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사실 그의 대표작인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인터넷 소설이 출발점이었고, 아오이 유우의 출연작으로 인기를 끈 <하나와 앨리스>는 한 기업의 광고가 시작이었다. 이와의 순지는 영화란 매체를 통해 세계를 사고하는 감독이라기보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상을 글과 음악 그리고 영상을 통해 완성하는 예술가에 가깝다. <하나와 앨리스>를 끝내고 이와이 순지가 임한 작업은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 휴대폰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이었다. 그는 아미노 산이란 펜 네임도 갖고 있다.

아이돌 뮤직비디오, 각본 집필, 드라마 제작에 몰두

이치가와 곤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이치가와 곤 이야기>, 옴니버스영화 <아이 러브, 뉴욕>이 있었지만 <하나와 앨리스> 이후 이와이 순지는 조용했다. 7년간 극장 공개용 장편영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한켠에선 시노다 노보루 촬영감독을 잃은 그가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시노다 노보루 감독은 <언두>부터 <하나와 앨리스>까지 이와의 순지 영화의 거의 모든 촬영을 담당했던 촬영감독으로, 2004년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와이 순지가 그동안 멈춰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아이돌 밴드 AKB48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세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고, 영화 <무지개 여신> <밴디지>의 각본을 쓰고, 유명 드라마작가 기타카와 에리코의 데뷔작 <하프웨이>를 제작했다. 그리고 2006년 무렵부터 그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와이 순지는 ‘이와이 미학’의 오른팔 시노다 노보루를 잃고 주저했다기보다 머릿속 그림을 그릴 도화지를 천천히 골라왔다. 그는 <밴디지> 이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작품으로 완성하는 건 30%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사이트 회원에게 접근하는 뱀파이어

그렇게 이와의 순지의 신작이 결정됐다. 이와이 순지는 현재 LA에서 영화 <뱀파이어>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뱀파이어>는 옴니버스영화 <아이 러브, 뉴욕>을 제외하면 이와이 순지가 해외에서 처음 연출하는 영화로, 뱀파이어가 자살 사이트의 여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피를 빨아먹는다는 이야기다. <가십걸>의 케빈 지거스가 뱀파이어이자 교사인 주인공을 연기하며, 케이샤 캐슬 휴, 아오이 유우 등도 출연한다. 이와이 순지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찍을 당시부터 <뱀파이어>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2006년 자살 사이트 회원을 타깃으로 한 살인사건이 실제 일어나 기획을 중단한 바 있다. “누구나 뱀파이어영화를 많이 보고 누군가의 목을 물어 피를 빨아먹는다는 생각은 한다. 나는 이걸 누구의 일상에나 다 있을 법한 일로 생각했다. 무언가에 집착하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랄까.” <뱀파이어>에서 이와이 순지의 촉수가 닿은 곳은 섬세하지만 음침한 우리 모두의 이면이다. 시노다 노보루의 손을 떠나 7년 만에 스크린을 만난 이와이 순지는 ‘이와이 미학’의 제2막을 열 수 있을가. 이와이 순지는 이번 영화에서 연출은 물론 각본, 촬영, 음악까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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