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홍콩영화는 현재진행형이다
2012-10-23
글 : 이화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콜드 워> 배우 양가휘, 곽부성

“1분 34초라고?” <콜드 워>가 급속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곽부성이 놀라자, 양가휘가 “그래도 <위험한 관계>가 더 빨리 팔리지 않았냐”며 제동을 건다. 홍콩 4대천왕 곽부성과 <연인>의 그 양가휘가 나누는 일상의 언어를 엿들으니, 그들이 지금 여기 부산에 있음을 실감하게 해준다. 사실 두 배우 모두 출연작 편수와 스타덤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자주 찾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터다. 양가휘는 이번이 처음, 곽부성은 <아버지와 아들>로 잠깐 부산을 찾은 이후 6년만의 부산행이다. 개막작인데다 마침 홍콩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처음이라 두 배우에게도 이번 방문은 의미가 남다르다. 양가휘가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그간 좋은 시나리오가 많지 않았고, 홍콩영화가 부산에 오는 것도 드물었다. <콜드 워>가 다시 홍콩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해주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해 운을 띄우자, 곽부성도 “<콜드 워>는 액션을 넘어선 새로운 액션장르를 개척한 작품”이라며 동의한다.

개막작 <콜드 워>는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경찰조직 내, 서로 스타일이 다른 부청장의 갈등을 축으로 전개되는 액션극이다. 기존 액션물과 달리 두 인물의 갈등구조가 앞선다는 점에서 홍콩영화의 새로운 기운을 실감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션 라우를 연기하는 곽부성이 조직에 새 기운을 불어넣기 위한 온건한 정책을 추구한다면, 양가휘가 맡은 M. B 리는 원칙을 중시하는 강경파로, 둘은 사사건건 대립한다. 설정만으론 아무래도 둘이 뒤바뀐 듯 싶다. 밀키웨이가 제작한 <천공의 눈>에서 범죄조직 보스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양가휘에겐 여전히 강한 파워보단 아련한 눈빛이 먼저였고, 옥사이드 팽 천 감독의 <C+ 탐정>에서 패배한 경찰의 초췌함을 보여줬던 곽부성 역시 말끔한 수트 차림의 경찰 고위 간부는 상상해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양가휘는 “나처럼 나약해 보이는 사람이 와일드한 모습을, 곽부성처럼 활동적인 사람이 엘리트 역할을 한다니 다들 놀라더라”며, 둘의 다른 점을 보는 것이 이번 작품의 즐거움이 될 거라고 자신한다. 영화 속, 대립이 격화되면서 서로 의견이 충돌할 때 관록있는 두 배우가 내뿜는 에너지는 이 영화의 핵이다. 편집을 하지 않았고, 컷을 나눠 찍지도 않은 이 장면은 둘 모두에게 가장 까다로운 연기였다. 양가휘가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너는 네 말, 나는 내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말을 듣고 대답해야했다. 템포의 싸움이었다”고 전하자 곽부성 역시 “시나리오 자체가 한 장씩 넘어가는 게 아니라 분할되어 있었다(웃음). 뇌를 두 개로 나눠서 한쪽은 이야기를 하고 한쪽은 듣는 기분이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두 배우 모두 이 복잡한 수식의 연기가 상대방의 배려와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덧 40대, 50대가 된 두 배우, 그동안 구축해 온 연기에 대한 확고한 견해도 잊지 않았다. 양가휘가 “배우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시나리오와 감독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뭘 하겠다고 나 자신을 가둬두기 보다 배우로서 나의 환상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부산이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곽부성 역시 “한국에서는 홍콩에서 볼 수 없는 신선한 영화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배우로서 한국의 영화나 뮤지컬 프로젝트에도 참여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다양한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양가휘 역시 이 말을 잊지 않는다. “80년대 홍콩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들이 이제 감독이 된 시대다. 그 기억들이 과거에 머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연출자, 연기자 모두 좀 더 많은 기회들이 서로에게 있었으면 좋겠다”며 영화인이 함께 모이는 부산의 의미를 강조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그들의 연기가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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