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엄마. 오빠. 아라타(왼쪽)와 안도 사쿠라가 <가족의 나라>에서 자주 쓰는 한국어다. 아마 대부분의 재일동포들이 가족을 지칭할 때만큼은 한국어를 쓸 것이다. 일본인인 두 배우에게도 이 단어들은 <가족의 나라> 속 성호와 그의 동생 리에를 받아들이는 첫 번째 단서였을지 모른다. 리에를 연기한 안도 사쿠라는 “양영희 감독이 연출한 <디어 평양>을 시나리오보다 먼저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국가 간의 관계보다 이 가족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아라타 역시 다큐멘터리를 먼저 보았다고 한다. “양영희의 삶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녀의 가족이 살아왔던 증거들을 나도 피부로 느껴보고 싶었다.”(아라타)
양영희 감독은 “오빠와 헤어졌던 시절, 자신의 생각과 표정을 두 배우의 연기를 통해 다시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들이 연기에 담은 진심의 힘이 촬영 기간 내내 감독의 심장을 건드렸다는 얘기다. “감독의 마음에 나도 지지 않겠다는 심정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내가 더 몰입했는지를 말하는 건 어렵다.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감각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직도 내 안에 콕콕 박혀있다.”(안도 사쿠라) “촬영하는 동안 내내 나는 뭔가를 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는 기분이다. 오늘 영화가 상영되는 걸 보니, 다시 불끈 불끈 솟아나고 있다.”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킨 몇몇 장면 또한 그들의 마음에서 동력을 얻었다. 극중의 성호는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다. 아라타는 “단지 말로 전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성호에게는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것도 간신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에 그들이 대화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북으로 떠나는 오빠를 리에가 붙잡고 놔주지 않는 장면은 오빠와 이별하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양영희 감독이 “내가 못한 걸 영화에 쏟아 붓기 위해” 특별히 요구한 연기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내안의 것으로 표현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는 후회했다. 좀더 붙잡아 두거나, 아니면 아예 두들겨 때려줄 걸 그랬다.” <가족의 나라>는 1년2개월 전에 촬영을 끝냈다. 하지만 아라타와 안도 사쿠라는 아직도 <가족의 나라>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