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영화의 여왕은 어머니가 되어 돌아왔다. 더 이상 국가 혹은 특정 감독의 뮤즈로 그녀를 묶어두는 건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르소나로 이름을 알린 빅토리아 아브릴은 테오나 스트루가르 미테브스카 감독의 <눈물을 거부한 여인>에서 완연한 어머니가 되어 돌아왔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비센티 아렌다 영화 속 육감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한참 전부터 이미 스페인 영화의 어머니였다. “40살 이후의 여성에 대해서는 여성감독이라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40살 전까지는 주로 남자 감독들과 작업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꾸준히 여성감독들과 함께 해왔다”는 이 관록 있는 여배우는 그저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영화에 녹이고 있었다. 동시에 “하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제외”라는 말을 덧붙이며 얼굴을 붉히는 영원한 소녀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들고 찾아온 영화가 스페인이 아닌 마케도니아 영화라 뜬금없을 수도 있다. 미테브스카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를 보고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녀는 이 영화가 첫 장면부터 자신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아들을 잃고, 아들의 비밀을 알고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절망을 넘어선 아름다움을 보았다.” 영화 속 아들과 같은 또래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이기에 닿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 여전히 아름답다는 말은 그녀에게는 불필요한 수사일 것이다. 늘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빅토리아 아브릴. 왜 지금에서야 한국을 찾아왔냐는 투정에 여성으로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해두자는 이 아름다운 배우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