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까
2012-10-23
글 : 이주현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민들레> 배우 아녜스 자우이

<타인의 취향> <룩 앳 미> <레인>을 연출한 아녜스 자우이는 이번에 감독이 아닌 배우의 자격으로 부산을 찾았다. 부모의 사랑을 지나치게 듬뿍 받고 있는 아홉살 소녀 라셸과 그녀의 말괄량이 친구 발레리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묘사하는 코미디영화 <민들레>에서 그녀는 라셸의 엄마 콜래트를 연기한다. 프랑스 여성 감독들의 모임에서 만난 카린 타르디외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왔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흔쾌히 출연했다. 감독으로서도, 배우로서도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시나리오”다. “시나리오에서 내 역할만 좋아선 안 된다.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좋아야 한다.”

<민들레>의 히스테리컬한 중년 여성 콜래트가 되기 위해 아녜스 자우이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처음엔 화려함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 포기하고 나니까 또 다른 자유를 얻게 되더라. 그 자유 안에서 행복했다.” 아녜스 자우이는 “25살 때부터 여배우로서 내가 늙진 않았나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그녀의 나이 48살. 그녀는 배우로서,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인가.” 여기서 우리란 물론 그녀의 배우자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또 배우로 활동하는 장 피에르 바크리다. “우디 앨런의 경우 예전에 자신이 맡았던 배역을 젊은 배우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자신도 또 다른 중요한 배역을 맡아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 젊은 사람들과 우리가 영화적으로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며 걸어가는 게 우리의 몫인 것 같다.” 4년에 1편 꼴로 연출작을 내놓는 아녜스 자우이는 현재 <무지개 아래에서>를 후반 작업 중이다. “다작을 할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5년 만에 새 작품을 만드는 건데, 나이가 들수록 영화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영화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무지개 아래에서>에는 아녜스 자우이와 장 피에르 바크리가 주연배우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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