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북한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엔터테인먼트만을 위해 기획된” 작품이다. 곡예사를 꿈꾸는 탄광촌 소녀의 이야기 속에는 스포츠영화의 열정과 로맨틱코미디의 웃음, 그리고 곡예의 경이로움이 한데 엮여 있다. 하지만 북한의 김광훈 감독과 공동연출로 이 영화에 참여한 니콜라스 보너와 안자 델르망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3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쳐야 했다. 북한의 제작사들은 대부분 훈련을 받지 않은 여자가 어떻게 곡예사가 될 수 있는지 등을 지적했다. 우리는 단지 동화를 만들려고 한 것뿐인데 말이다.”(안자 델르망)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영화는 지난 9월24일, 평양국제영화제에서 최고 감독상을 받았다. 당시 북한 관객은 “여자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 열광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북한영화만이 가지고 있을 법한 특징을 담고 있는 부분이 더 많다. 극중 영미의 꿈은 그녀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동료들은 줄곧 “너의 승리가 곧 우리 노동계급의 승리”라고 말한다. 북한 밖의 관객들이라면 혹시 북한의 영화 시스템 안에서 꼭 필요한 주제인 건 아닐지, 묻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질문에 말을 아꼈다. “노동자 계급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하늘을 날고 싶은 여자가 지하 탄광촌에서 일을 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을 뿐이다.”(안자 델르망) “노동계급을 빛내달라는 대사는 북한에서 그만큼 일상적으로 하는 말인 거다.”(니콜라스 보너) 그들은 끝내 북한에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았다. 다만 “유럽인의 시각을 배제한 채 철저히 북한영화로 만들려고 했다”는 말을 남겼다. 남겨진 질문은 결국 이 영화를 통해 역으로 유추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