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아 우다우그 / 출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해나 존 케이먼, 월튼 고긴스, 도미닉 웨스트 / 개봉 3월
어쩌면 안젤리나 졸리의 라라 크로프트를 떠나보내기에 15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라라 크로프트는 1996년 코어디자인이 개발하고 아이도스가 출시한 비디오게임의 캐릭터로 출발해 20년 넘게 독보적인 여전사 캐릭터로 군림했다. 섹시하고 지적이며 강하고 부유한 영국 귀족 집안 출신의 라라 크로프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물이었고,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의 비현실적인 ‘스펙’을 살아 숨쉬는 세계에서 완벽히 구현하며 여전사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2001)는 이후 <툼 레이더: 판도라의 상자>(2003)까지 선보이며 휴지기를 갖는다. 그리고 15년이 흘러, <툼 레이더>가 리부트됐다.
<툼 레이더>는 캐스팅이 곧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리부트 소식이 알려졌을 때 모든 관심은 과연 누가 라라 크로프트를 연기할 것인가에 쏠렸다. 영화사의 선택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였다. 에마 왓슨, 제니퍼 로렌스, 애슐리 그린, 시얼샤 로넌, 에밀리 브라우닝, 엘리자베스 올슨, 제마 아터턴, 앤 해서웨이, 에밀리 블런트, 제시카 비엘, 시에나 밀러, 데이지 리들리, 카야 스코델라리오 등이 라라 크로프트 역에 적합할 것 같은 배우로 거론된 혹은 실제로 캐스팅 물망에 오른 이름들이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들의 이름이 총망라됐다고 보면 된다. 스웨덴 출신의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작인 <대니쉬 걸>(2015)을 비롯해 <엑스 마키나>(2014), <제이슨 본>(2016), <파도가 지나간 자리>(2016), <튤립 피버>(2017) 등에 출연하며 매력을 발산해왔다. 안젤리나 졸리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섹시하고 당당하고 우아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툼 레이더>는 여전사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혀줄 강력한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의 <툼 레이더>는 게임 개발사 크리스털 다이내믹스가 2013년 리부트한 게임 버전을 바탕으로 한다. 게임의 리부트 방향도 그러하거니와 새로운 <툼 레이더>는 관능적인 여전사의 현란한 액션보다는 고난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라라의 모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라라 크로프트(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고고학자이자 모험가였던 아버지(도미닉 웨스트)의 실종 혹은 죽음을 애써 외면하면서 자란다. 아버지가 실종되고 7년, 21살이 된 라라는 아버지가 남긴 글로벌 기업을 물려받는 대신 혼자 힘으로 일하고 공부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관련된 단서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행선지였던 일본 앞바다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섬을 찾아나선다.
쌍권총을 주무기 삼아 기예에 가까운 액션을 선보인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 특히 자신의 대저택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공중 두줄 곡예를 하던 장면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하다. 관객은 이전 시리즈를 뛰어넘는 라라의 고난도 스턴트 액션을 기대할 것이다. 그런 만큼 어린 시절 발레를 했던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유연함이 어떻게 액션 신에 녹아났을지 궁금하다. 연출은 <더 웨이브>(2015) 등을 만든 노르웨이 출신의 로아 우다우그 감독이다. <툼 레이더>는 로아 우다우그 감독의 첫 할리우드 연출작이다.
What TO Expect_ 2001년의 <툼 레이더>는 안젤리나 졸리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를 전시하듯 보여주는 앵글 때문에 눈살을 찌푸려야 할 때가 많았다. 적어도 예고편을 보면 2018년의 <툼 레이더>는 그런 우를 범하진 않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