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제작 영화사 월광
감독 김형주
출연 이병헌, 유아인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사제지간이자 라이벌로 수십년간 300회가 넘는 경기를 펼쳐왔다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통틀어 들어본 적이 없다. <승부>는 인생 이야기이자 사람 이야기다.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의 삶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서 큰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김형주)
흑과 백의 치열한 수 싸움. 김형주 감독의 영화 <승부>는 실제 성격도, 바둑을 두는 방식도 상반된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대결을 그린다. 바둑을 전혀 모르던 김형주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이창호 9단의 스토리였다. “처음엔 ‘천재 바둑 소년’의 이야기에 흥미가 갔는데 조사를 거듭할수록 스승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스승과 그런 스승을 딛고 성장하는 제자를 보며 두 사람의 관계를 같이 그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바둑 이야기라기보다 인생 이야기’라는 김형주 감독의 말처럼, <승부>는 두 9단의 대결 외에도 어린 시절, 이창호 9단이 스승 조훈현 9단의 집에서 생활하며 수련해온 시간을 함께 담아냈다.
조훈현 9단은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다. “고수의 아우라와 선생의 따뜻함을 동시에 표현하기에 이병헌 배우만 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만 보면 외모도 많이 닮았다. (웃음)” 이창호 9단 역에는 배우 유아인이 캐스팅됐다. “특유의 소년미와 단단함이 어릴 때부터 ‘돌부처’라 불렸던 이창호 9단과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바둑의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기고 졌을 때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낼 것’이라는 믿음이 공통된 캐스팅의 이유였다. 두 배우는 현장에서도, 휴식을 취할 때도 쉬지 않고 바둑을 두며 연습했다. 그래서일까. “세트와 의상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테스트 촬영 때부터 두 배우가 그려낸 긴장감은 숨이 막힐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소인 기원은 울산의 옛 울주군 청사를 섭외해 만들었으며 이곳에서 “스승의 예상과 달리 승승장구하며 결승에 진출한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의 첫 경기”가 펼쳐진다. 촬영을 거듭할수록 김형주 감독은 바둑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지난 경기를 복기하는 프로 기사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승패 원인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고,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잔인하면서도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스포츠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자료 조사를 위해 읽은 <월간 바둑>이 무협지 같았다고 감탄하면서도 거듭 바둑을 인생에 비유해 설명하는 김형주 감독.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조훈현, 이창호 9단의 대국과 삶이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김형주 감독은 현재 <승부>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중요한 건 밸런스다. 조훈현과 이창호라는 캐릭터의 밸런스, 대결과 감정 신의 밸런스. 시나리오 단계에서도 그랬고 후반작업을 진행하는 현재도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또한 바둑을 잘 모르는 관객도 편하고 즐겁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편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