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리멤버' 이일형 감독
2022-01-13
글 : 남선우
사진 : 최성열
복수는 우리의 것

<리멤버>

제작 영화사 월광

감독 이일형

출연 이성민, 남주혁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드라마든 영화든 1년에 한두편은 일제강점기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뉴스에서도 관련 소식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고민한 것은 ‘왜 이 이야기를 2022년에 또 해야 하는가’다. 과거에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장르적이고도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녹였다. <리멤버>의 관객 또한 영화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또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이일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할아버지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부터 슬금슬금 그를 피하다 일터를 뛰쳐나오지 않을까.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겨눈 총구의 방향이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앗아간 친일파를 향해 있다면, 그가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필생의 복수를 다짐한 것이었다면 어떨까. 노인에 대한 비난보다 연민이 먼저 피어오를 듯하다. <리멤버>에서 필주(이성민)를 바라보는 인규(남주혁)의 심경 또한 그랬을 테다. 데뷔작 <검사외전>에서 검사와 사기꾼이 합심해 살인 누명을 벗는 과정을 좇은 이일형 감독은 <리멤버>에서 살인을 도모하는 노인과 청년을 한차에 태웠다. 영화는 긴 고통을 끝내려 복수를 계획 중인 80대 노인과 얼떨결에 그를 돕는 20대 청년의 뒤를 밟는다.

이 작품은 원작이 있다. 홀로코스트에서 가족을 잃고 살아가던 노인이 가해자를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여정을 떠나는 캐나다·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2015)다. 이 영화 속 유대인들에게서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이 겹쳐 보였다는 이일형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의 고통을 다룬 작품은 굉장히 많지만 이 작품은 그들의 아픔이 과거와 함께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누군가에게 남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리멤버>는 “치매에 걸린 노인이 원수를 찾아가는 컨셉 빼고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영화”로 완성되었다. “<리멤버>는 상업영화로서 대중성을 갖춰야 했기에 역사적인 관점을 제시하거나 거창한 이데올로기를 말하기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품어봤을 분노에 포커스를 두고 인물을 따라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가 느린 호흡으로 한 사람을 겨냥하는 인물의 내면을 훑는다면 <리멤버>는 여러 명의 친일파들을 하나하나 차례로 찾아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액션으로 박진감을 더했다. 50대인 이성민 배우를 80대 필주 역에 캐스팅한 결정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일형 감독은 “활동적인 연기를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노인 분장이 설득력을 갖출 수 있는 배우”로 그를 가장 먼저 떠올렸고 조연출로 참여한 <군도: 민란의 시대>, 전작 <검사외전>에 이어 다시 한번 이성민 배우와 재회했다. 한편 이성민 배우의 파트너로 낙점된 배우 남주혁이 연기하는 인규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 이일형 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말하는 것을 넘어 지금 세대가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해 20대 청년 인규를 필주 옆에 세웠다고 밝혔다. “남주혁의 연기는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는 매력이 있다. 그 순수함이 이 영화 속 상황과 맞물리면 아주 흥미로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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