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유령' 이해영 감독
2022-01-13
글 : 배동미
사진 : 백종헌
항일 스파이 색출작전 속 진상은?

<유령>

제작 더 램프

감독 이해영

출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김동희, 서현우

배급 CJ ENM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설경구의 굵직하고 품격 있는 호연, 이하늬의 새로운 얼굴, 박소담의 물 만난 연기, 새롭게 회자될 박해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알맞은 연기를 보여주는 김동희, ‘이렇게 귀여울 수 있나’ 싶은 서현우.” <유령>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첩보액션영화이지만 결국 캐릭터 영화이고, 배우들의 영화가 될 것이다.

벼랑 끝 외딴 호텔에서 추리와 첩보 작전이 펼쳐진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첩보액션영화다. 총독부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는 총독부 내에 침투한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인 ‘유령’을 잡기 위해 용의자 5인을 한 호텔로 불러모은다. 총독부 통신과 관리감독관인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통신과 암호문 기록 담당 차경(이하늬), 정무총감의 비서 유리코(박소담),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 암호 해독 담당 천 계장(서현우)은 카이토에게 유령으로 의심받는 용의자들이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유령>을 두고 “정적이고 차갑게 시작한 영화가 점점 뜨거워져 마지막엔 폭발하는 느낌”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 마이지아 <풍성>

<유령>은 중국 소설 <풍성>(작가 마이지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원작 <풍성>이 중국 외딴 성에서 항일운동 스파이 ‘유령’을 색출하는 추리극이었다면, <유령>은 여기에 장르적 재미를 더한 영화다. 이해영 감독은 정적인 원작보다 “더 역동적이고 높은 에너지”를 추구했고 “액션을 많이 가미해 장르적으로 풀고”자 했다. 긴박감을 높이기 위해 “밤에 호텔에 들어간 이들이 모레 새벽 해가 뜰 때쯤 호텔을 빠져나오는” 구조로 영화의 뼈대를 세웠는데, 영화가 본격적으로 다루는 시간은 48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다만 원작처럼 ‘유령이 누구인가’ 밝히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모든 캐릭터들이 어딘가를 향해서 계속 나아가고 싸우면서 어디론가 전진하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중국 소설과 한국영화 사이, 일제강점기 중국과 일제 치하 경성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해영 감독은 영화의 공간과 배경도 변주했다. 한국에는 중국식 성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많은 제국주의 국가가 그랬던 것처럼 풍광 좋은 벼랑 끝에 일제가 잘 지어놓은 호텔 한채를 상상해냈다. 그리고 이곳이 일본인들에게는 휴양의 공간이지만 조선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가길 바랐다. 그래서 호텔을 요새처럼, 차가워 보이게 재현해냈다.

용의자 5인과 배우들

“<유령>은 캐릭터 영화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온도와 질감이 다 다르다.” 설경구 배우가 연기하는 무라야마 쥰지는 조선총독부 경무국 경찰이었다가 통신과 관리감독관으로 좌천된 인물이다. 일본인이지만 “경성에 대대로 주둔한 군인 집안 출신이어서 조선어를 굉장히 잘하는” 인물이다. 그가 관리하는 통신과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암호화한 공문을 보내오면 해독해서 내부에 공유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쥰지와 함께 용의선상에 오른 차경은 “두려울 때 너무 떨지 않고, 분노가 끓어오를 때도 다스릴 줄 아는” 통신과 암호문 기록 담당자다. 이해영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자체로 “큰 사람”이다. 차경은 “그동안 이하늬가 연기해온 에너지를 발산하는 캐릭터와 달리 감정을 머금는 인물”인데 이하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소담 배우가 연기하는 유리코는 조선인 신분으로 정무총감의 비서까지 오른 ‘실세’다. 이해영 감독이 “머릿속에 유리코 아이디어를 세워놓고 입체화할 때 박소담을 반사적으로 떠올렸다”고 표현할 만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리코 역에 박소담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이해영 감독과 박소담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통신과 직원 백호는 “낭만을 가진 캐릭터”다. “교포 같은 느낌”을 가진 엘리트 경성인이지만 “유복한 집안은 아니고, 조선인이라 차별을 경험한” 인물이다. 백호를 연기한 김동희는 설경구 이하 선배들 속에서도 “대단한 용기와 재능”을 펼쳐 보였다고 한다. 암호 해독 실력은 뛰어나지만 성격은 소심한 천 계장 캐릭터는 “웃음을 담당하면서 관객의 숨통을 틔워주는” 인물이다. 천 계장을 연기한 서현우 배우는 <남산의 부장들> <침입자> <유체이탈자> 등에서 보여준 터프한 모습과 달리 “천지를 뒤흔들 만큼 귀여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독립영화 <병구>에서 서현우가 보여준 시치미 떼고 보여주는 코미디 연기에 감탄했던 이해영 감독은 <독전>에 이어 두 번째로 그와 호흡을 맞춘다.

덫을 놓은 일본인

‘유령’을 잡기 위해 덫을 설계한 일본인 카이토는 조선총독부 경호대장이다. 그는 조선어가 유창한 쥰지와 달리 조선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진짜 일본인이다. 따라서 카이토를 연기한 박해수 배우는 100% 일본어 대사를 소화해야만 했다. 대사량도 어마어마했다. 연극 <프랑켄슈타인>에서 크리처를 연기한 박해수의 “야수 같은 에너지”를 알아본 이해영 감독은 그를 설계자 카이토 역에 낙점했고, “놀라울 정도의 성실함”을 가진 박해수 배우는 시나리오를 받은 지 열흘 만에 모든 일본어 대사를 외우고 상대의 일본어 대사까지 외워서 나타났다고 한다. 약간의 발음 교정만 있었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유령’을 쫓는 일본 경호대장 캐릭터를 일본 배우가 아닌 한국 배우가 소화하는 건 분명 이해영 감독과 박해수 배우에게 도전이었다. 하지만 현재 후반작업 중인 이해영 감독은 “박해수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본다면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완벽한 일본어 실력”이라고 확신했다.

1933년 경성

<유령>을 준비할 당시 이해영 감독은 <밀정> <암살>이 촬영지로 쓴 상하이 세트장을 방문했고, 세트 곳곳을 눈으로 확인한 뒤 장소에 맞춰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불어닥치자 상하이로 향하는 하늘길이 모두 막혔다. 결국 <유령> 제작진은 국내에서 1933년 경성을 창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영 감독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면서도 아름다운 경성을 그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경성을 “정말 아름다워서 비극적이고 그래서 영화적인 곳”으로 그리고 싶어 세트와 의상, 메이크업은 물론 “작은 소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공들였고” 그렇게 <유령>만의 “화려한 경성”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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