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나 만듦새로 측정할 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 <2차 송환>은 세련된 다큐멘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차라리 적극적으로 매끈한 만듦새를 거부하는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동원 감독의 의지와 끈기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또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독보적인 끈기를 가진 다큐멘터리스트의 끝나지도, 꺾이지도 않은 마음이 담긴”(김수영) 이 작품은 2003년 공개된 <송환>이후의 20년을, 비전향 장기수들의 그 지난한 세월을 담아낸다. 20여년의 세월은 단지 카메라가 대상을 찍는 것을 넘어 함께 얽히고설키는 과정이라 불러 마땅하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된 비전향 장기수의 얼굴은 한 개인의 세월이자 역사의 단면이며 분리 불가능한 덩어리다. <2차 송환>은 무엇을 찍고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보다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에 대한 가열찬 질문을 던진다. 끝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뜨거운 물음표. “멈출 수 없는 싸움, 멈출 수 없는 다큐멘터리”(김소희)는 “시대의 규정을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않고, 무리한 희망을 끌어내지도 않는다. 그저 그 실패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영화의 발화를 물색할 뿐이다”(김예솔비).
긴 세월의 풍화를 견디고 마침내 드러나는 것은 결국 감독의 꺾이지 않는 의지, 실패를 실패에 머물게 허용치 않는 집념이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멈출 순 없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그 희망을 노래한다”는 김영식 선생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번잡스런 모든 장애물을 부수고 끝내 우뚝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