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망자의 시선과 한창 문자를 입력 중인 핸드폰의 시점으로 우리는 <헤어질 결심>에서 수사와 사랑의 미스터리에 달뜬 얼굴들을 보았다. 김지용의 카메라는 “미장센이 곧 캐릭터인 박찬욱의 세계에서, 매 장면 잘 재단된 회화처럼 이야기의 빈칸을 채워넣는 역할”(장영엽)을 해냈다. 2021년 3월 크랭크업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특히 엔딩의 바닷가 장면은 잊을 수 없는 과제”였다고 김지용 촬영감독은 회상했다.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 실제 촬영본 이상을 살려낸 VFX와 사운드 등 후반작업의 공이 컸다. 모두가 협업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기에 이 기회에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특히 많은 관객이 인상적으로 본 <헤어질 결심>의 독특한 시점숏들에 관해 김지용 촬영감독은 “망자의 시점에서 출발해 핸드폰, 모니터, 생선 등 약간 장난스러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이야기의 갈피마다 그것을 잘 녹여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관점, 생경한 느낌, 비밀스러운 관계를 몰래 지켜보는 시선을 만들고 싶었다.” 김지용 촬영감독은 현재 미국 LA에서 박찬욱 감독과 함께 드라마 <동조자>를 촬영 중이다. 그가 전체 7부 중 6부를 촬영한다. 멀지 않은 시점에 김지용 촬영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거미집>(감독 김지운)도 만날 수 있다. 현재 색보정을 앞둔 가운데, 그에 따르면 “<거미집> 또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