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기획] 2022년 한국영화 BEST 6~10위, 그리고 올해의 한국영화 총평
2022-12-22
글 : 송경원
과소평가된 영화들 돌아보기

빈곤 속의 풍요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권 아래에 놓였던 올해 한국영화는 전체적인 관객수 하락과 함께 여름 시장을 비롯한 상업영화의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성취와 단단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와주었고 저예산, 독립영화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었다. 올해 1위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개봉 첫주 낮은 스코어로 시작했지만 꾸준한 지지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반영하듯 평자들의 지지 역시 압도적이었다. 2, 3위를 나란히 기록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탑>과 <소설가의 영화>는 순위가 의미 없을 정도로 근소한 차를 보였다. 같은 해 개봉한 동일 감독의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각 영화의 미학적 성취의 방향성이 분명히 달랐다는 점도 중요하다.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한국 독립영화의 희망과 가능성을 증명한 발견이라 할 만하다.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 역시 다큐멘터리의 저력과 가치를 보여준다. 올해는 기억할 만한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다수 선보였는데, 극장 환경의 전반적인 침체와 변화로 인해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5위부터 10위까지 작품 사이 격차는 거의 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올해의 과소평가 작품으로 다수 꼽히기도 한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는 “소실된 것들의 자리, 잊힌 이름들의 자리를 가만히 매만지는 시선이 애틋하고 특별”(이주현)하게 다가온다. “약간의 과장과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조차도 고고학의 충실한 요소처럼 받아들여”(김예솔비)지는 이 영화는 “과거를 유영하며 현재를 가다듬는”(남선우) 유려한 연출력으로 지금 한국영화계에서 지워진 것들을 복원한다는 평을 받았다. 이재은, 임지선 감독의 <성적표의 김민영>은 “제목의 도치법처럼 ‘영화적 허용’이 넘실대는, 더 많은 성적표를 받았어야 할 영화”(김철홍)다. “언어화하기 어려우나 여리고 소중한 그 감정과 감성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데 성공한”(홍수정) 이 작품은 “시적 진실의 힘이 돋보이는 2022년의 독립영화”(이지현) 중 하나다.

이정재 감독의 <헌트>는 여름 상업영화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액션 안에 담긴 분단의 현실”(이현경)을 역동적으로 포착한 이 작품은 이정재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숙련된 완성도를 보였다는 평이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데뷔”(허남웅)라 할 만하다.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버티고 앉아 있는 자세의 완력으로 나아가는 드문 운동의 영화”(김예솔비)로 “소박한 이들의 저항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정지혜).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에는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가족의 나라>에 이어 <수프와 이데올로기>까지 이어진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김소미)는 존경과 찬사가 이어졌다. 올해의 과대평가는 고르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과소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브로커> <카시오페아> <외계+인 1부>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성덕> 등 다양하게 쏟아졌다.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가치를 다시 발굴해야 한다는 영화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나온 것이야말로 올해 한국영화의 풍성하고도 외로운 처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