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 “조용하고 힘이 센 여성들의 우정”
2021-01-19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③
<소울메이트> 스케치.

11년 만의 귀환. <혜화, 동>(2010)의 민용근 감독이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슬픈 우정 이야기를 리메이크해 <소울메이트>로 탄생시켰다. 유년 시절을 함께한 88년생 두 여성,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관계의 굴곡을 그리는 드라마다. 둘만의 안온한 세계는 10대 후반 무렵에 하은이 동급생 진우(변우석)와 첫사랑을 시작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겪는다. 자유분방한 미소는 도시로 떠나 모험적인 삶을 좇고, 하은은 고향에 남아 안정된 생활을 꾸리면서 둘은 그렇게 점차 멀어진다. 지방과 대도시의 물리적 거리감이 부각되는 중국 원작의 설정은 <소울메이트>에서 제주 섬을 배경으로 새롭게 구현됐다.

<혜화, 동> 이후 지난 10년간, 민용근 감독은 옴니버스 인권영화인 <어떤 시선>(2012)을 비롯해 단편영화를 여럿 만드는 한편, 책을 쓰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정말 열심히 살았”다. <소울메이트>는 8년 가까이 준비한 작품을 떠나보내고 스스로에게 “창작하는 즐거움”을 되묻던 시기에 찾아온 작품이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감독이 만들면 더 좋은 영화가 될 것”이란 생각에 제안을 고사하려 했지만,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서 서로를 통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진정으로 깨닫는” 뭉클한 정서에 결국 매료됐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과시적이지 않고 은은한, 그러나 무척 힘이 센 여성들의 우정을 체감했다”고 말한다.

민용근 감독이 말하는 <소울메이트>는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그 면면을 살필수록 그간 여성의 삶과 우정을 진실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 한국영화가 무척 드물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센 장르영화를 작업하다 온 스탭들이 <소울메이트>를 촬영하면서 마치 잠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감독의 말이 제법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다. “원작 서사의 궤도를 따라가다가 과감히 이탈하고 다시 복귀하는 식으로 디자인한”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는 원작 팬들에게도 의외의 긴장과 재미로 다가갈듯하다. 캐릭터의 섬세한 결을 살려내는 민용근 감독의 장기를 일깨울 영화이자 1990년대생 두 여성배우의 도약을 알리는 <소울메이트>의 미래는 2021년 영화산업을 좌우할 묵직한 변수 중 하나다.

관전 포인트

서로 다른 아우라를 가진 두 배우의 기운이 따로 또 같이 유려하게 춤을 춘다. “자유롭고 반항적인 미소(김다미)와 차분하고 안정적인 하은(전소니). 두 캐릭터를 단순하게 유형화하는 캐스팅을 경계한” 민용근 감독에게 김다미, 전소니는 자신만의 복잡하고 “독립적인 아우라”를 지닌 적역의 배우들이었다. “연기 스타일도 꽤 다른 데다가 김다미 배우는 털털하고 전소니 배우는 상대를 잘 챙기는 성격이다. 사뭇 달라서 더 잘 어울리는 둘의 조합이 영화 속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배우는 실제로 촬영 스케줄이 어긋나 못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서로 보고 싶어 하고, 촬영장에서 민용근 감독도 모르게 둘만 사라져버리는 등 돈독한 사이를 과시했다고.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