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 젊은 전략가 이순신과 거북선의 극적인 활약
2021-01-21
글 : 이주현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⑦
<한산: 용의 출현> 촬영 현장의 김한민 감독.

김한민 감독이 <명량>(2013) 이후 8년 만에 또 다른 이순신 장군 이야기로 컴백한다.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가진 <명량>(1761만명)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했던 이순신 장군의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다뤘다.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은 명량해전보다 시기적으로 5년 앞선 1592년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최민식이 연기했던 이순신은 박해일이 연기하고, 변요한이 적장으로 출연한다.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까지 ‘이순신 3부작’을 준비 중인 김한민 감독을 만났다.

-꽤 예전부터 이순신 3부작을 구상했었다고.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면 이순신의 해전을 다루고 싶었다. 삼도수군통제사, 지금으로 치면 해군참모총장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니 이순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해전에서 그가 어떻게 활약했고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명량해전의 이야기를 1부로, 명량으로부터 5년 전 이야기인 한산해전을 2부로, 이순신의 마지막을 다루는 노량해전을 3부로 구상했다. <명량> 이전부터 역사 3부작을 기획했는데, 그 첫 번째가 <최종병기 활>이었고, 두 번째가 <명량>, 세 번째가 <봉오동 전투>였다. 이순신 3부작을 준비하다 보니 <봉오동 전투>까지는 여력이 되지 않아 능력 있는 원신연 감독에게 연출을 부탁드렸고, 나는 <한산>과 <노량>에 집중했다.

-<명량> 이후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2015)까지 찍었다. 창작자로서 이순신의 어떤 면모에 깊이 매료된 건가.

=알면 알수록 이순신의 매력에 강하게 빠져든다. 본인의 품성과 인물 됨됨이를 해전에서 온전히 보여준 것이나, 해전에서 불멸의 성취를 이룬 것이나, 삶의 요소요소에 극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1597년 통제사 파직 후 한양으로 압송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옥문을 나온 일처럼 그의 생사관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에게 매료된다. 창작자로서 그것을 하나하나 극화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명량>에선 이순신의 고독한 장수로서의 면모가 부각됐는데, <한산>의 이순신은 어떤가.

=<명량>에선 이순신 개인의 극기, 사즉생의 생각으로 버텨낸 한 개인의 뚝심이 강조됐다. 어머니와 아들의 죽음을 겪고, 6년을 동고동락했던 장수 대부분도 사라진 상황에서 고독하게 자기 의지 하나만으로 버틴 시기를 그렸다. 반면 <한산>에는 온전했던 조선수군과 이순신을 도왔던 장수들, 그가 구상했던 전술과 전술의 핵심이었던 거북선의 활약이 펼쳐진다. 정서적인 맥락에서 보면 <명량>은 승리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상황을 역전시키는 대역전 드라마고, <한산>은 주도면밀한 전략, 전술을 통한 승리의 쾌감, 거기서 오는 커다란 자긍심이 주요하게 그려진다. 조선의 장수들과 의병을 통해 당시 조선 사람들의 인식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의병은 왜 민병이 아니고 의병이라 하는가, 임진왜란은 왜 조일전쟁이 아니고 왜란이라 하는가. 이게 나라와 나라의 싸움이었나, 의와 불의의 싸움이었나. 그런 지점도 볼 수 있다.

-한산해전 하면 학익진 전술이 공식처럼 따라붙는데, 한산해전의 의미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유비무환.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이순신의 지략을 확실히 볼 수 있는게 한산해전이다. 영화의 부제를 ‘용의 출현’이라 붙였는데, 한산해전에서 학익진 전술과 거북선이 어떻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또 소수의 판옥선이 어떻게 적을 유인할 수 있었는지, 여기에 반대한 장수는 없었는지, 상대 적장이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이순신 장군의 대비되는 모습 같은,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한산해전의 이야기를 담았다.

-<명량>에선 최민식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했고, <한산>에선 박해일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한다.

=<명량>에선 뚝심과 의지로 난관을 극복하는 용장의 이순신이 필요했고 <한산>에선 선비의 느낌에 사람들과 협업하며 활약하는 젊은 전술가의 모습으로 갔으면 했다. 그럼 누가 있나 따져봤을 때, <극락도 살인사건>과 <최종병기 활>을 같이했던 박해일이 적역이겠구나 싶었다. 영화가 개봉하는 올해 박해일 배우의 나이와 한산해전을 치를 당시 이순신 장군의 나이가 같다. 이순신을 연기할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웃음)

-박해일 배우의 반응은 어땠나.

=“내가 장군감인가?! (웃음)”라고 묻기에 이렇게 답했다. “너는 최민식 형과 같은 장군감은 아니다. 하지만 선비형에 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네가 맞다.” 이번엔 배우들의 신구 조화가 무척 좋다. 위로는 안성기, 문숙, 손현주 배우. 거기에 박해일, 변요한, 김성균. 더 젊은 친구로는 공명, 옥택연, 김향기까지. 촬영이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행복하게 찍었다.

-변요한이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연기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거다. 실제로 와키자카는 전쟁 초기에 승승장구한 야심만만한 일본의 젊은 장수다. 변요한 배우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자신만의 묘한 색깔을 와키자카 캐릭터에 멋지게 덧입혔다. 일본어 연습도 엄청 열심히 했다.

<한산: 용의 출현> 촬영 현장의 김한민 감독.

-현재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노량>의 프리프로덕션도 진행 중이다. <노량>에선 이순신 장군을 김윤석 배우가 연기하는데, 최민식, 박해일, 김윤석까지 모두 다른 배우를 기용했다.

=각 해전에 맞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명량해전의 특성에 맞는 이순신 장군이 있고, 한산에 맞는 이순신, 노량에 맞는 이순신이 있는 것 같다. <노량>에선 세월의 무게감과 경륜을 갖춘 인물로서 최후의 절정을 보여줘야 하고, 김윤석 배우가 제격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추앙해온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캐스팅이 가능했다고 본다.

-<명량>의 흥행 기록이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때론 그 스코어가 부담스럽지 않나.

=그래서 (후속작까지) 8년 걸렸다. (웃음) <명량>의 기록에는 상업적 의미 너머의 다른 사인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스코어에 담긴 의미는 뭘까, 사인은 뭘까, 오래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건 나올 수 없는 규모의 스코어였으니까. 부담으로 느끼기보다 <한산>과 <노량>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시놉시스

1592년. 임진왜란 개전 후 조선은 육지에선 연이어 패하고 해전에선 이순신(박해일)의 수군이 승전고를 울린다. 일본은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를 비롯한 장수들을 출동시켜 해상에서의 패전을 만회하려 한다. 이에 이순신과 조선 수군은 한산도 앞바다에서 학익진을 펴고 왜군을 상대한다.

관전 포인트

<명량>에선 환영으로 잠깐 등장했던 거북선이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에선 실물 크기로 복원, 제작돼 본격적으로 출동한다. 거북선의 등장은 <한산>이 그려낼 해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때와 달리 거북선을 원 없이 볼 수 있다”면서 “단순한 기동에 그치지 않고 거북선이 드라마틱하게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이 거북선이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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