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는 수두룩하지만, 경찰 자체에 집중한 작품은 머리에 잘 떠오르지 않는다. <경관의 피>(가제)는 경찰이란 직업을 가진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그린 영화다. 3대에 걸친 경찰관 집안의 이야기가 집대성된 동명의 일본 소설과 달리 이 영화는 원작의 손자 가즈야에 해당하는 젊은 경장 민재(최우식) 그리고 그와 팀을 이루는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에 집중해 현대 한국의 경찰을 탐구한다.
이규만 감독은 <리턴> <아이들...> 등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인생의 큰 축이 바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고, <리턴> 때부터 그와 인연을 맺은 리양필름의 이한승 대표에게 연출을 제안받았다. “운명의 수레바퀴에 의해 만나는 사람들이 극적으로 부딪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버리는 비극성이 있다. 과거에 뿌려진 씨앗이 결국 나중에 열매를 맺는 통시적인 역할을 한다는 게 매력적이다. 그래서 <경관의 피> 시나리오에도 흥미가 생겼다.”
범죄 드라마 <경관의 피>는 일반적으로 형사 하면 떠오르는 비주얼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강윤은 고급 양복 차림에 외제 차를 몰고 다니는 경찰이며, 그와 함께 오랜 시간 감춰왔던 경찰 조직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는 민재는 전에 몰랐던 호사스러운 세계를 점차 접하게 된다. 그렇게 동행하게 된 두 사람이 지닌 사명감이 어떻게 부딪치는지, 그들이 알게 되는 조직의 비밀은 무엇인지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스터리가 관객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놓치면 인간관계를 밀도 있게 바라보려는 영화의 태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강국현 촬영감독과 채경선 미술감독은 사실성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비주얼을 잡아갔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시각적으로 확장되는 음악으로 영화 공간에 레이어를 더하는” 스코어를 만든다. 경찰 조직과 경찰의 정체성에 관한 영화지만, <경관의 피>는 그 답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양한 시선이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잡아내며 그들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찍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경찰은 현실에 발을 딛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지만 원칙과 룰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그 간극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 생기는 파열음을 관객과 공유하며 경찰은 어떤 존재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관전 포인트
<경관의 피>(가제)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중 하나가 된 최우식이 가장 먼저 결정한 차기작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조진웅은 형사 캐릭터만 여섯 차례 연기했지만, 이런 형사 캐릭터는 그에게도 처음이었다. “위험한 느낌에도 점점 경도돼가는 느낌을 주려면 배우 본인이 보는 바가 아주 명확해야 하는데, 배우의 해석이 우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