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1승' 신연식 감독 - 피, 땀, 눈물 섞인 단 한번의 승리 꿈꾼다
2021-01-24
글 : 김성훈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⑬
<1승> 촬영 현장의 신연식 감독.

야구, 핸드볼, 마라톤, 아이스하키, 스키점프 등과 달리 여자 배구는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다룬 적 없는 스포츠 종목이다. <동주> 각본을 썼고, <페어러브> <조류인간>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신작 <1승>은 여자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아마추어 배구 감독 김우진(송강호)이 단 한번, 1승만 하면 되는 여자 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아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원래는 신연식 감독이 배우 송강호와 함께 <거미집>을 준비하다가 송강호가 <1승>에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이 급물살을 탔다. 경기도 용인에서 촬영이 한창인 신연식 감독과 전화 통화로 <1승>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신연식 감독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스포츠영화 서사와 중계방송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배구 시합 장면을 선보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얼마나 촬영했나.

=22, 23회차를 진행했다. 드라마적으로 중요한 장면은 다 찍었다. 촬영 후반부에 몰아넣은 배구 시합 장면 촬영만 남았다.

-원래 여자 배구에 관심이 있었나.

=스포츠는 하는 건 안 좋아하지만 보는 건 다 좋아한다. 대한민국 남자들 상당수가 그렇듯이 배구뿐만 아니라 스포츠라면 다 좋아한다. 배우 박정민이 여자 배구의 오랜 팬이다.

-여자 배구는 한번도 영화로 만들어진 적 없는 스포츠 종목인데.

=전세계적으로 배구영화는 몇몇 코미디영화 말고는 없다. 선수들끼리 부딪히면서 긴장감이 발생하는 축구, 농구와 달리 배구는 네트를 가운데 두고 공을 상대 진영으로 보내는 방식의 시합이라 기술적으로 재미있게 연출하기가 쉽지 않다. 선수끼리 부딪힐 때 카메라가 관객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다른 종목과 달리 배구는 시합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술들이 배우들에게 많이 요구된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면 쉬는 시간에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를 하지만 배구는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배구영화가 그동안 나오지 않은 이유가 다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구 시합의 역동감과 스펙터클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 출발했다.

-배구 감독이 단 한번의 1승만 하면 되는 여자 배구단을 맡아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실화인가.

=아니다. 스포츠영화 플롯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하나는 장기 레이스 방식인 페넌트레이스고, 또 하나는 승자가 올라가는 토너먼트. 페넌트레이스는 서사의 호흡이 길다. 토너먼트는 만나는 상대마다 사연이 있고, 올라갈수록 더 강한 상대를 만난다는 점에서 영화적으로 풀어내기가 수월하다. <머니볼>이 전자라면 <국가대표>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후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승>은 두 가지 전형적인 서사 전개 방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전개 방식이 떠올라서 이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원래 송강호 배우와 <거미집>을 준비하다가 <1승>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거미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송강호 선배가 <1승> 얘기를 한 적 있다. 원래는 김우진 캐릭터가 지금보다 연령대가 젊은 설정이라 청춘영화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송강호 선배가 “이건 내가 하는 게 좋겠다”라고 얘기해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영화마다 운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1승>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선배 얘기를 흘러들었더라면 제작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송강호 배우가 연기하는 여자 배구단 감독 김우진은 어떤 인물인가.

=전형적인 코리안 루저. 영화 속 대사이기도 한 개차반 인생. 망해가는 어린이 배구 교실을 운영하다가 해체 직전의 여자 배구단 핑크스톰 감독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참고한 실존 모델이 있나.

=없다. 분야를 막론하고 감독이라는 직종은 다 비슷한 것 같다. 매 순간 고민하고 결정하고, 프런트와 정치도 잘해야 하고. 영화감독으로서 김우진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더라.

-박정민이 맡은 핑크스톰 구단주는 어떤 캐릭터인가.

=재벌 2세. 구단주인데도 배구를 잘 모른다. 김우진을 감독으로 지목했다. 핑크스톰이 승리해 팔리는 팀이 되기를 원한다. 페넌트레이스와 토너먼트, 두가지 서사 전개 방식을 뛰어넘는 설정이 이 캐릭터에 있다.

-핑크스톰에 소속된 선수들은 어떤 배우들이 연기하나.

=캐스팅 소식으로 보도된 장윤주 말고는 아직 밝힐 수 없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신인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배구 국가 대표 레전드들이 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쳐주었다. 배구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배구인들이 서로 도와주지 못해 안달을 낼 만큼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배구 시합은 TV 중계방송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중계방송 같은 그림은 거의 없다. 액션영화에서 무술감독이 합을 구성하는 것처럼 우리 영화는 배구인들이 배구 시합을 연출하는 데 자문을 해주었다.

<1승> 촬영 현장.

-제작진은 어떻게 구성됐나.

=김지형 프로듀서, 최용진 촬영감독, 이재성 미술감독 등 전작을 함께했던 스탭 그대로다. 이준익 감독님과 이 스탭들을 공유하고 있다. (웃음)

-배구영화를 찍으면서 새로 알게 된 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육체가 주는 숭고함이 있다. 배우들이 처음 훈련할 때 오합지졸이었는데 훈련을 거듭하면서 선수로 성장한다. 그들이 흘린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숭고한 감동을 준다.

-<1승>이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로 다가가길 바라나.

=이 영화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제목인 1승은 스포츠 경기에서의 1승이 아니라 인생의 1승을 뜻한다. 누구나 내 인생의 1승에 대한 아련한 꿈과 기억이 있지 않나. 각자의 삶에서 성취하고 싶은 1승을 다루는 이야기고, 그게 이 영화의 주제이자 플롯이다.

시놉시스

인생에서 단 한번의 성공도 맛본 적 없는 배구 감독이 단 한번, 1승만 하면 되는 여자 배구단을 만나면서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

관전 포인트

여자 배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인 만큼 배구 시합 장면을 얼마나 박진감 넘치게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촬영 전 배우들이 국가 대표 배구 선수, 국가 대표 출신 레전드 등 배구인들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풀숏으로 배구공이 네트를 왔다 갔다 하는 TV 중계방송과 달리 영화 속 배구 시합 장면은 더욱 박진감 넘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연식 감독은 “TV에서는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루스이소니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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