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더 세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작가가 교도소 범죄극 <프리즌>(2016)으로 데뷔했을 때, 모두들 숨겨둔 의외의 취향부터 묻고 시작했다. 나현 감독은 <야차>(가제)로 그 인상을 한번 더 확실히 새겨넣는다. 그는 <프리즌> 때의 즐거움을 되새기며 이번엔 “더 세게, 더 크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현재 90% 정도 후반작업이 마무리된 <야차>는 중국 선양을 주 무대로 삼는 정통 첩보 액션물이다. 좌천된 검사 지훈(박해수)이 해외 비밀 공작을 전담하는 블랙팀으로 파견되어 무시무시한 성격으로 악명 높은 팀의 수장 강인(설경구)을 만난다. 영화는 단 며칠의 시간에 집중하며 동북아 정세를 뒤흔드는 스파이 활동의 중심으로 뛰어든다. 나현 감독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인 동시에 부처를 보좌하는 수호신이기도 한”설화 속 존재 야차를 극중 배우 설경구의 코드네임으로 붙이면서 인물이 가진 강렬한 인상과 양면성을 부각했다.
<프리즌>에서 내내 교도소에 머무르며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한 연출”에 주력했던 그는 <야차>에서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광활한 스케일 구현에 도전했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대로서 스파이들의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선양은 그 자체로 장르적인 공간인 동시에, “채도 높은 거리의 조명과 간판의 디테일, 중국 특유의 색채를 살려내는 데 주력한” 감독의 집요함이 더해져 한층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배우 설경구의 캐스팅에 무엇보다 힘을 얻었다는 나현 감독은 “이미 각각의 작품들에서 확실한 인상을 새긴 배우지만 <야차>에서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전에 본 적 없는 설경구의 액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관객이 이입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 인물로서 안정감이 중요했던 인물 지훈으로 발탁된 박해수는 “설경구의 존재감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연기로 든든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정통 첩보 액션은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완성도와 컨벤션에 익숙한 관객을 만족시키기 쉽지 않은 어려운 장르다. <야차>는 감정과 드라마를 간결하게 절제하는 대신, 밀도 있고 풍성한 액션으로 승부를 본다. 동북아 정세에 집중해 아시아 첩보 액션만의 묘미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경쾌한 액션과 새로운 볼거리로 할리우드와는 또 다른 스펙터클을 채워넣었다.”
관전 포인트
총기 액션의 끝을 본다. “일단 격발 수 자체가 엄청 많다고 하더라. (웃음)” 나현 감독의 자부대로 <야차>(가제)는 이른바 ‘밀덕’(총기 마니아)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인정사정없는 남자 강인은 베레타 권총을, 날렵함을 자랑하는 블랙팀의 선임 희원(이엘)은 글록26을 쓴다. 블랙팀 멤버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 개성 있는 총기를 부여하는 디테일과 더불어 일사불란하게 팀워크를 이루는 액션 신 구현에 총력을 기울인 작품이다. 이 밖에도 폭파 신, 몸으로 하는 액션 등이 화려한 볼거리를 수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