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웅' 윤제균 감독 -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핵심이다
2021-01-18
글 : 김성훈
2021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①
<영웅> 촬영 현장의 윤제균 감독(오른쪽).

윤제균 감독이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많은 열성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뮤지컬 <영웅>을 영화로, 그것도 뮤지컬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또 고생길을 자처하나 싶었다. 쓰나미(<해운대>), 1950~80년대 한국 현대사(<국제시장>) 등 매작품 난이도가 높은 시각특수효과(VFX)와 씨름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그가 한국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뮤지컬 장르에 도전한 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것도 <라라랜드>나 <레미제라블> 같은 할리우드 뮤지컬 명작처럼 라이브 녹음을 선택했다니.

그러나 여러모로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임에도 그가 뮤지컬영화에 뛰어든 건 “안중근 열사의 호연지기에 매료”돼서다. 윤제균 감독은 “전작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다룬 영화라면 <영웅>은 어머니를 그려낸 이야기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안중근과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나문희)의 관계를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후반작업은 다 끝났나.

=VFX 마무리 작업과 파이널 믹싱만 남았다. 후시녹음도 거의 다 끝났다.

-원작 뮤지컬을 여러 번 봤다고 들었다.

=정성화 배우의 권유로 뮤지컬 <영웅>을 네번인가 봤는데 볼 때마다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됐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공연장에 갔다가 나중에는 사무실 직원, CJ 직원들을 데리고 찾을 정도로 팬이 됐다. 공연할 때마다 뮤지컬이 조금씩 바뀌지 않나. 어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뮤지컬 <영웅>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안중근 열사의 호연지기를 보고 가슴이 벅찼다. 그같은 영웅을 힘없이 떠나 보낸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했다.

-원작 뮤지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뭔가.

=조마리아 여사가 부르는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너무 애절한 곡이다.

-물(<해운대>), 시대극(<국제시장>) 등 매 작품 난이도 높은 VFX와 줄다리기하다가 이번에는 뮤지컬 장르에 도전했는데.

=한국에서 거의 시도된 적 없는 뮤지컬 장르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동시에 어렵게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국제시장> 다음으로 너무 도전적인 작품이 아닌가라는 걱정도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도전을 떠나서 목표는 분명했다. <라라랜드> <레미제라블> <알라딘> 등 완성도 높은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에 맞춰진 한국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소음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쉽지 않음에도 라이브 녹음을 선택한 것도 그런 목표 때문인가.

=<레미제라블>처럼 라이브로 녹음할 것인가, 아니면 후시녹음을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후시녹음은 촬영 현장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배우들이 립싱크를 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수월함이 있다. 라이브는 배우들이 귀에 인이어를 껴야 하고, 후반작업에서 인이어 전부 VFX로 지워야 하는데 인이어를 낀 컷만 천컷이 넘어 VFX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라이브 녹음을 선택했는데 그때부터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얼음이 되어야 해서 스탭들이 힘들어했고, 옷 토시 한번 부딪히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니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트장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깔았다. 바람 효과를 내기 위해 강풍기를 틀었는데 소음을 막기 위해 강풍기를 세트장 밖에 둔 채 호스를 연결해 바람을 세트장 안으로 통하게 했다.

-세트장보다 소음을 통제하기 힘든 로케이션 촬영은 어떻게 진행했나.

=로케이션 촬영은 벌레 소리 같은 생활 소음을 통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군중 신 모두 세트에서 찍었던 <레미제라블>과 달리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데도 작은 소음 하나 때문에 엔지가 수차례 나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다시는 라이브 녹음을 못할 것 같다.

<영웅>

-원작 뮤지컬에서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정성화보다 안중근 역을 더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라고 했을 때 선뜻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촬영 전 정성화 배우와 얘기한 건 딱 하나였다. 영화는 뮤지컬과 다르니 대사만 외우되 아무 준비하지 말고 현장에 와라. 모든 걸 계산하는 무대와 달리 영화는 어깨에 힘 빼고, 현장 상황에 맞게 감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까.

-이번 영화를 통해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배우 나문희가 안중근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하는데.

=안중근과 조마리아 여사, 모자 관계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둘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얘기가 많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연출하는 첫 영화인 만큼 어머니 하면 벅찬 마음이 컸다. 조마리아 여사만큼은 국민배우가 했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래서 나문희 선생님께 출연을 부탁드렸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와 독립군을 돕는 만둣가게 남매 중 동생 마진주를 연기하는 김고은과 박진주는 노래 실력이 출중하다고.

=일단 설희는 노래와 연기 모두 중요한 캐릭터인데 30대 초중반 배우 중에서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매니지먼트사에 물어보니 전부 김고은을 추천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김고은은 가수 소찬휘만큼 압도적이더라. 삼고초려 끝에 김고은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박진주 또한 노래 실력이 뛰어난 배우인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10~20년대 블라디보스토크, 하얼빈 등을 재현하는 게 관건이었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라 프로듀서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내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 그런데 이미 관광지가 되어 1920년대 느낌이 나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1910~20년대 모습을 간직한 라트비아로 가서 찍었다. 하얼빈은 합천과 평창에 대규모 세트장을 지어 재현한 뒤 후반작업에서 VFX를 통해 구현했다.

-<영웅>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디는 게 쉽지 않은데 온 국민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세계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영웅이니까 이 영화가 그들에게 위안과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놉시스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 완전히 빼앗길 처지에 놓인 1909년, 서른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정성화)과 독립군 동지들은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잘라 단지동맹을 맺는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 설희(김고은)는 적진 한복판에서 목숨을 걸고 정보를 빼오는 독립군 정보원이 된다. 1909년 10월 안중근은 하얼빈역에 도착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돼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는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한 뒤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펼쳐내는 이야기다.

관전 포인트

<영웅>은 라이브 녹음을 처음으로 시도한 한국영화다. <영웅> <그날을 기약하며> <누가 죄인인가> 등 원작 뮤지컬의 명곡들이 준 감동은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초연부터 지금까지 지난 10년 동안 안중근을 맡은 정성화를 포함해 김고은, 박진주 등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윤제균 감독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출연배우 모두 라이브로 노래와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배우들의 노고를 거듭 강조했다.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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