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홈’에 돌아와야 끝나는 게임이다.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와 잘 맞물리는 스포츠라 생각했다.” 영화 <비광>은 화려한 삶을 살던 야구 선수 중구(류승룡)와 배우 남미(하지원) 부부가 한 사건에 휘말리며 잃었던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장이머우 감독의 <인생>을 보면서 ‘인생의 굴곡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지원 감독은 <비광>을 통해 그 바람을 이루게 됐다. “<비광>은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에 주목한다. 그들 각자의 방식대로 위기에 맞서고 그로 인해 더욱 끈끈해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딸 동주를 끔찍하게 아끼는 중구는 류승룡 배우가 연기한다. “처음부터 류승룡 배우를 염두에 뒀다. 코미디물에서 주로 활약해온 배우지만 그의 얼굴엔 진지함도 공존한다. 우직한 면모를 지닌 중구 역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원 배우의 경우 “독기 어린 눈빛에 숨겨진 처연함”을 캐스팅 이유로 꼽았다. “톱스타에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인물이라서 여러모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이다. 하지만 하지원 배우의 사진을 찾아보며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미쓰백>의 한지민 배우 때처럼 파격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구의 딸 동주는 남부러울 것 없던 중구의 삶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이지원 감독은 “동주도 <미쓰백>의 지은이와 결이 비슷한 인물이다. 정서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역할이지만, 김시아 배우가 여러 질문을 던지며 철저히 준비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광>의 주무대는 부산이 될 예정이다. “영화의 중요한 장소가 우림천이다. 고가도로로 드리운 그늘과 구렁이처럼 굽이치는 우림천이 극중 인물들의 삶의 굴곡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회의 끝에 부산에서 해당 장소들을 찾았다.” <비광>이란 제목은 가족들이 둘러앉아 고스톱을 치는 이미지에서 비롯됐다. “비광이란 패 자체가 계륵 같지 않나. 광이긴 한데 점수도 없고, 다들 갖기 싫어하고. 그런데 이 패의 유래를 찾아보니 수십번의 도전 끝에 물이 불어난 개울에서 벗어난 개구리를 보고, 한 서예가가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풍랑을 이겨냈다는 설이 있더라. ‘비광’이란 제목이 벼랑 끝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맞서는 인물들의 상황을 관통한다고 생각했다.” <비광>은 5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부담감을 좋게 활용하려 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스탭과 긴밀히 협업해 <미쓰백> 못지않은 작품을 내놓고 싶다.”
관전 포인트
류승룡, 하지원 배우의 연기 변신이 <비광>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두 인물의 짙은 감정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매섭게 칼바람이 몰아치던 <미쓰백>과 달리 <비광>의 배경은 여름이다. “우거진 수풀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우림천. 이를 중심으로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방식으로 여름을 구현하는 것”이 이지원 감독의 목표다. <비광>에 담길 두 배우의 새로운 얼굴과 색다른 여름 풍광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