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복싱영화가 아니다. 3분씩 12라운드까지 진행하는 프로 복싱과 달리 3분씩 3라운드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 아마추어 복싱을 소재로 한 <카운트>에는 복서가 링 위를 돌면서 숨을 고르는 장면이 없다. “3라운드 만에 승부를 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수 싸움과 속도가 필요하다”는 점은 <카운트>만의 매력이다. 지금껏 복싱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성인 헤비급 프로 복서의 세계를 다뤘다면, <카운트>는 청소년 아마추어 복싱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카운트>의 또 다른 미덕은 드라마다. 평생의 꿈이 었던 복싱으로 88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시헌(진선규)은 글러브를 벗고 평범한 체육 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10년 동안이나 복싱을 놓은 그는 유망주 윤우(성유빈)와 사고뭉치 제자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코치로서 복싱에 도전하게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스포츠계를 “어떻게든 뚫고 나가는 메시지”까지 영화에 담겼다. <카운트>는 한마디로 “복싱과 드라마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1998년 경상남도 진해. 벚꽃이 만개한 진해의 봄에서 시작한 영화는 사계절을 모두 담았다. 시헌을 연기하는 배우 진선규의 고향이 마침 진해였던 덕에 촬영 전부터 권혁재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서울이 고향인 성유빈은 사투리 연습과 함께 고강도의 복싱 훈련을 반복하면서 사투리와 복싱 실력을 “완벽할 정도”로 높였다. 진선규가 리더십을 발휘해 촬영 3개월 전부터 복싱부 젊은 배우들과 훈련하고, 연기 리허설까지 함께하며 호흡한 덕분이기도 하다. 영화의 러닝타임 동안 시헌과 제자들이 점점 더 큰 대회에 진출하면서 배우들의 복싱 연습은 촬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힘든 순간보다는 배우들의 마음이 모인 현장이었다. 배우들이 대사를 연습하고, 즉흥적으로 만든 아이디어를 영화에 반영하도록 합을 맞추면서 “7개월가량 한팀처럼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카운트>는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각본과 조감독, <짝패> <아라한 장풍대작전> 연출부 등 오랜 시간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해온 권혁재 감독이 <해결사> 이후 11년 만에 내놓는 연출작이다. 4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2020년 6월24일에 크랭크업한 <카운트>는 현재 막바지 후반작업 중이다. 권혁재 감독은 “스스로 느낀 만큼 관객에게도 희망과 응원의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프로 복싱이 마라톤이라면 아마추어 복싱은 100m달리기에 비유할 수 있다. <카운트>의 소재인 청소년 아마추어 복싱은 그만큼 빠르고 박진감이 넘친다. 아마추어 복싱은 헤드기어를 쓰고 안전하게 싸우는 대신 전술이 중요한 경기다. 3라운드 내에 선수와 코치가 약속한 작전을 써서 빠르게 점수를 따는 게 관건. <카운트>는 보기 드문 복싱영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