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저승에 이어 우주다. <미스터 고> <신과 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하는 <더 문>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지구에서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또 다른 남자의 필사적이고 아름다운 SF 휴먼 스토리로, 배우 설경구와 도경수가 출연하기로 했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영화에 관한 어떤 정보도 철저히 베일에 싸인 상태다.
한줄 줄거리를 보면 많은 궁금증이 뒤따른다. 그들은 왜 지구 밖으로 나갔을까, 우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김용화 감독이 스크린에 펼쳐낼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등등. 아직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정보가 거의 없지만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어온 그라면 아주 불가능한 과제는 아닐 듯하다. 제작을 맡은 영화 <사일런스>(감독 김태곤, 출연 이선균·주지훈) 때문에 대전 세트장에서 막 서울로 올라온 김용화 감독과 지난 1월 4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사일런스>는 얼마나 진행됐나.
=한 60회차? 20여회차 남았으니 3분의 2 정도 진행됐다.
-<씨네21> 신년 특대호에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 블라드 스튜디오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스튜디오 3위에 꼽혔는데.
=창립작인 <사일런스>를 촬영하고 있고, 신작 <더 문>을 이르면 4월 말에 촬영하는 신생 회사인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OTT 시리즈를 포함해 윈도가 작더라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도 준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시아,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만한 극장용 영화를 제작하는 걸 지향한다. 1년에 많게는 3편 정도 제작하는 게 목표다.
-덱스터픽쳐스를 운영하다가 CJ ENM과 손잡고 블라드 스튜디오를 설립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CJ ENM이 덱스터픽쳐스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나왔는데.
=CJ로부터 긍정적인 제안이 있었다. 그간 덱스터픽쳐스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회사 대표는 기획부터 배급까지 제작 공정의 전체를 책임지고,파이낸싱의 일부를 맡고, 자체 자본을 확보하는 여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덱스터픽쳐스는 자본적인 측면에서 원천콘텐츠(IP)를 여유 있게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CJ ENM과 덱스터픽쳐스 그리고 새로 설립된 블라드 스튜디오 등 3개 회사가 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밀어주고 당기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이를 통해 덱스터픽쳐스는 자본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되 후반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CJ ENM과 블라드 스튜디오는 자본을 좀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으며, 나는 기획부터 제작 전반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간 투자·배급사를 상대하기에는 절차와 창구가 복잡했던 게 사실인데, CJ ENM과 손잡은 뒤로 투자·배급사와 소통하는 창구가 일원화됐고 덕분에 의사 결정이 훨씬 빨라졌다.
-블라드 스튜디오는 어떤 뜻으로 지은 이름인가.
=블라드(BLAAD)는 칼날을 뜻하는 ‘블레이드’(Blade)의 또 다른 표현이다. 스튜디오 로고도 칼날을 활용한 이미지로 제작됐다. 엣지 있고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신과 함께-인과 연> 이후 4년 만에 연출하는 신작 <더 문>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프리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배역의 캐스팅은 70% 이상 진행됐다. 나머지 배역의 캐스팅이 완료되면 <사일런스> 촬영도 끝날 것 같다.
-<더 문>은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지구에서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또 다른 남자의 필사적이고 아름다운 SF 휴먼 스토리로 알려져있다.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용서에 관한 이야기 정도로만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각적인 목표로는 무중력상태인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스펙터클을 펼쳐내는 것이다.
-평소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영화와 제목이 같은 <더 문>,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할리우드영화는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인간은, 우주는 어떤 존재인가 같은 거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신과 함께-인과 연>을 마무리할 때 <더 문> 연출 의뢰가 들어왔는데, 원안을 읽어보니 이야기를 잘 정리하고 캐릭터의 관계성을 발전시키면 좋은 대중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프로와 아마추어로 구성된 작가 4명과 함께 개발한 트리트먼트를 보니 이야기가 무척 만족스러웠다.
-설경구, 도경수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았나.
=설경구 선배는 항공우주센터의 1대 센터장이었고, 지금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둔 상태다. 도경수가 맡은 캐릭터는 실존 인물인 조니 김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다. 조니 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최초로 우주 비행사가 된 한국계 미국인으로, 달·화성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임무를 맡은 우주인 중 한명이다. 도경수가 맡은 막내 우주인은 조니 김처럼 단단한 인물이다.
-그들이 달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달에 ‘헬륨-3’ 같은 희귀 광물이 묻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달표면 암석에서 여러 자원의 채굴을 시도하는 연구에 뛰어드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이 2030년에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목표를 세운 것도 우주 패권, 달 점유권과 무관하지 않다.
-우주는 한국영화에서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공간인데 시각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비주얼을 구현하려면 4K 해상도로 출력해야 한다. <승리호>가 우주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고. 인물과 배경(우주)을 따로 분리해서 찍을지 아니면 인물과 배경을 합친 풀로 촬영할지 ‘숏 바이 숏’으로 분석해야 하지만 광활한 우주를 담아내기 위해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할 생각도 하고 있다. <봉오동 전투> <마녀> 등을 찍은 김영호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는다. 그립 촬영이 많아 그립팀도 신중하게 선정할 계획이다. 세트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 문>이 어떤 영화가 되길 바라나.
=시청각적으로는 극장에서 우주라는 공간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정서적으로는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관객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면서 살지 않나. 이 영화가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놉시스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의 필사적이고 아름다운 SF 휴먼 스토리다.
관전 포인트
한국영화에서 우주, 특히 달은 한번도 선보인 적 없는 미지의 공간인 만큼 김용화 감독이 어떻게 재현할지 기대된다. 김용화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광활한 우주를 해상도 높은 카메라에 담겠다”는 각오다. 한국영화 최초로 아이맥스 카메라를 고려하는 것도 상하좌우 넓은 화각과 높은 해상도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김용화 감독은 “한국영화 기술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