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운명을 믿는 이들에게 - <사주>(가제) 곽경택 감독
2016-12-26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숨 돌릴 틈이 없다. 곽경택 감독은 <사주>(가제, 제작 필름295·배급 NEW)를 준비하고 있다. 사주팔자의 그 사주다. 2016년 촬영과 편집을 마치고 2017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부활>(제작 영화사 신세계·배급 쇼박스)의 다음 작품이다. “제목에 대한 고민이 많다. 사주라고 하니 무겁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 같아서. 사주팔자나 팔자로 바꿀까 마케팅팀과 고민할 것이다.” <사주>는 <사랑>(2007), <극비수사>(2015)를 쓴 한승운 작가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한승운 작가가 형을 살다온 적 있다. ‘빵’(감옥)에서 유명한 사주인을 만났고, 거기서 친해져서 취재를 시작한 거다. 그렇게 쓴 트리트먼트를 봤는데 재밌더라.”

<극비수사> 때도 그랬듯이 곽경택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사주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평소 “사주 보러 다닐 시간에 시나리오 한자 더 쓰는 게 낫다”는 지론을 가진 그로서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 “결혼 전에 아내와의 궁합이 하도 안 좋다고 해서 사주를 보러 간 적 있다. 그 사주에서 자식이 없을 거라고 하더라. 없긴 뭐가 없어. 아들딸 잘만 크는데. (웃음)” 그때 이후로 사주를 보지 않던 그가 사주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사주팔자를 보러 갔다가 위로를 받고 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서다. “우리나라는 심리치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 않나. 사람들이 사주팔자를 보고 위로를 얻는 게 재미있더라.”

사주팔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명한 사주학자도 만났다. “그로부터 내 사주를 들으면서 사주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 <친구>라는 대운을 한번 가졌는데 그것을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미 큰 운을 받았으니 인간으로서 그보다 더 큰 운을 바라기보다 자신이 받은 운을 다른 사람과 나누기로 한 것이다. 그게 영화 <사주>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서 아등바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사주>는 증권맨 한수(나중에 이름이 바뀔 수 있다)의 흥망성쇠를 그린 코믹 드라마다. 곽경택 감독은 한수가 꼭 자신을 닮았다고 했다. “한수의 인생이 꼭 나 같았다. 욕심을 가지고 했던 행동들 말이다. 감정이입이 크게 됐다.” 주인공 한수의 자세한 인생을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인생의 굴곡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숙명이라는 건 의지대로 안 돼. 머리 뒤에서 날아오는 돌이 있기 마련이거든. 역학에서 사주가 감독인 사람은 재벌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안 돼.” 어쩌면 곽 감독의 이 말이 한수를 통해 관객에게 얘기하고 싶은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사주> 시나리오는 현재 6고 수정본까지 나왔다. 밝힐 수 없지만 주인공을 염두에 둔 배우에게 시나리오가 전달됐다. 캐스팅이 확정되는 대로 제작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참, 곽경택 감독의 사주는 어떻게 나왔을까. “고생한 건 다 나오더라. <사랑>을 찍었던 2007년이 최악. 가장 기분이 좋은 날은 67살이라더라.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은 거지. 영화 꿈나무야. (웃음)”

synopsis

30대 초반인 증권맨 한수는 자신에게 숙명적으로 벌어진 어떤 일에 휘말린다. ‘분명히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궁금해 명리학을 공부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사주를 봐주게 되고, 자신보다 더 크게 될 사주를 가진 사람의 사주를 보면서 어떤 일에 자꾸 휘말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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