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소시민의 눈으로 ‘그날’을 담아내다 -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2016-12-26
글 : 이주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택시운전사>(제작 더 램프·배급 쇼박스)는 장훈 감독이 <고지전>(2011)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가 기획하고 신인 엄유나 작가가 쓴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에 장훈 감독은 단번에 매료돼 연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주인공은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과 독일의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전세계에 보도한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피터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다. 영화는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1980년 5월의 공기를 담을 예정이다. 장훈 감독은 영화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들려주며 최대한의 궁금증을 품게 했다. 지난 10월 말 촬영을 끝내고 현재 편집실에서 한창 편집 중인 장훈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

-영화의 모티브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 방송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다.

=1980년 5월 당시 위르겐 힌츠페터는 일본 특파원으로 일본에 있었다. 그러다 한국의 상황을 듣고 광주에 취재를 갔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광주까지 가게 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갔을까, 그런 점들이 궁금했다. 영화화 과정에서 위르겐 힌츠페터를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니, 기자가 진실을 알리고 보도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너무도 상식적인 얘기라 잠깐 김이 빠졌지만 “정말 그 이유가 다예요?” 하고 묻지 않았다. 상식적인 그 말이 참 좋았다.

-독일 기자 피터와 한국의 택시기사 만섭 중 누구의 시선을 화자의 시선으로 취할지 고민하진 않았나.

=제목이 <택시운전사>이지 않나. 택시운전사 만섭을 따라가는 영화다. 피터는 취재 목적을 가지고 광주로 향하고 만섭은 우연히 그 길에 동행하는데,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을 따라갔을 때 더 분명하게 상황이 전달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두 사람 모두 사건의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 있었던 인물들이다. 한명은 독일에서 온 기자이고 또 한명은 광주의 현실을 전혀 몰랐던 서울의 택시기사다.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두 외부인의 시선을 취한다는 점이 그 시대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점이 아닐까 싶다.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치만, 흥미로운 캐스팅이다.

=시나리오를 본 분들이 하나같이 만섭 역에 송강호 배우를 떠올렸다더라.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민할 것 없이 우선적으로 송강호 배우에게 제안을 했다. <의형제>(2010) 이후 두 번째 만남인데, 언제나 놀라움을 안겨주는 배우다.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선배이자 어른으로서의 역할까지 현장에서 해줄 때가 많다. 현장에서 큰 힘이 됐다. 피터 캐릭터는 실제 독일 배우가 연기하길 바랐는데, 독일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토마스 크레치만과 틸 슈바이거 두분에게 관심이 갔다. 개인적으로는 <피아니스트>(2002)에서 스필만(애드리언 브로디)을 살려주던 독일장교로 출연했던 토마스 크레치만의 인상이 강렬했다. 일단 독일로 건너가 크레치만의 매니지먼트와 접촉했는데, 크레치만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도 출연하는 등 할리우드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서 아마도 출연하기 힘들 거란 답변을 들었다. 그런데 크레치만이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봤는지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LA에 가서 직접 만났고 얘기가 잘됐다.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는 데 있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당시의 정서가 지금의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해 조화성 미술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의외로 그 당시의 느낌이 남아 있는 길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제작부가 전국을 돌아다녔다. 마산, 대전, 보령, 의성, 부산, 고성, 경주 등 서울 빼고 다 돈 것 같다.

-개봉 시기는 정해졌나.

=2017년 여름쯤 선보일 것 같다.

synopsis

1980년 5월 서울. 혼자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에겐 낡은 택시 한대가 재산의 전부다. 만섭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광주의 상황을 취재하려는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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