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도, 형사도 아니다. ‘로컬 수사극’을 지향하는 <보안관>(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한 오지랖 넓은 ‘부산 아재’의 좌충우돌 수사기를 다룬다. 세련된 외모와 수더분한 말투로 동네 주민들을 빠르게 접수하는 외지인, 그는 과연 범죄자일까? <군도: 민란의 시대>의 조감독 출신인 김형주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부산의 정서를 가득 담은 이 영화를 첫 상업영화 입봉작으로 선보이려 한다. 지난 7월, 크랭크인을 일주일 앞둔 그를 만나 <보안관>에 대해 물었다.
-<보안관>이라는 제목이 재밌다. 한국에서 잘 쓸 일이 없는 단어 아닌가.
=제작자인 윤종빈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마약 사범일지도 모르는 남자를 추적하는 수사물을 만들고 싶었다. 주인공이 경찰이나 형사 같은, 일반적인 수사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이 아니었으면 했는데 윤종빈 감독이 ‘보안관’이라는 제목을 제안했다. 그 제목을 듣는 순간 ‘로컬 수사극’이라는 이 영화의 컨셉을 명확하게 잡을 수 있었다. 지역의 대소사에 일일이 간섭하고 챙기는, 오지랖 넓은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로컬 수사극’의 무대로 부산 기장을 선택한 이유는.
=부산 구포 출신이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 경남 김해라서, 고등학생 때 김해에서 구포까지 등교하는 친구가 있었다. 티는 안 냈지만 멀리서 학교를 다니는 그 친구에겐 ‘기죽지 말아야겠다’는 어떤 악착같음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부산으로 편입되었지만, 기장 사람들에게도 그 김해 친구처럼 비슷한 내면의 갈등이 있으리라고 봤다. 해운대를 동경하는 일련의 주민들이 있고, 기장만의 지역색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런 갈등으로부터 빚어지는 코믹한 상황이 있을 거다.
-매형과 처남을 소동극의 콤비로 설정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삼촌이 우리집에 좀 계셨었다. 가까이서 지켜본 매형과 처남의 관계는 굉장히 오묘하더라. 관계의 중심에는 누나/아내가 있고. (웃음) 그런데 가끔은 형, 동생으로서 하지 못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오묘한 관계로부터 파생되는 상황적 코미디들이 있을 거다. 이를테면 처남이 매형의 말을 누나에게 잘못 옮겨 화를 돋운다든지, 매형이 잘못한 일인데 처남에게 불똥이 튄다든지 하는.
-배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의 호흡도 궁금하다. 세 배우 모두 <군도: 민란의 시대>의 조감독 시절에 함께 작업했는데.
=이성민 선배는 평소 너무나 성실하고 진중한 성격이고, 그런 성격과 비슷한 역할을 많이 맡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대호 역할을 통해 변신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요즘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계신다. 헤어스타일도 짧은 커트 머리로 변화를 주고, 태닝도 하실 거다. 기장의 이곳저곳을 누비는 사람답게 라이브한 생동감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진웅 형님은 능구렁이 같아서, 어떤 장면이라도 맛깔나게 소화해주신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재파탈’의 모습을 보여줄 거다. 대호의 처남 덕만을 연기하는 김성균씨에게는 의외의 유머감각이 있더라. 물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그런 감각을 보여준 적 있지만, 이번에는 삼천포 ‘포블리’와는 다른, 기장 스타일의 ‘기요미’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이 작품이 상업영화 입봉작이다. 이전까지의 이력이 궁금하다.
=중앙대 영화과를 나왔지만 개인 사정으로 다른 일을 좀 하다가 29살 때 <달콤한 거짓말>(2008)의 연출부 막내로 영화를 다시 하게 됐다. 이후에 <달빛 길어올리기>(2010),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2011),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의 연출부로 활동하다가 대학 동기인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 소개로 윤종빈 감독과 <군도: 민란의 시대>를 함께 작업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보안관>까지 만들게 됐다. 감독은 입봉작이지만 스탭들은 모두 프로이기 때문에, 함께 상의하며 영화를 만들어나가면 된다는 윤종빈 감독의 말이 요즘 큰 힘이 된다.
synopsis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오지랖 넓은 토박이 대호(이성민)는 서울에서 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이 탐탁지 않다. 그는 동물적인 ‘촉’으로 종진을 마약 사범이라 의심하며, 처남 덕만(김성균)과 함께 막무가내식으로 수사를 펼치지만 번번이 허탕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