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타임루프물 영화가 등장했다. <하루>(제작 라인필름·배급 CGV아트하우스)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원스 어폰 어 타임>(2008) 등 다양한 장르영화의 조감독을 거친 조선호 감독은 장편 데뷔작으로 타임루프물을 택했다. “장르적 재미와 드라마의 풍성함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조선호 감독과 2017년 상반기에 선보일 첫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생각보단 덤덤하다. (웃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인감독인 만큼, 상업영화 내에서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장르물을 선택하되 그 안에서 나름의 개성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 현재는 후반작업 중이고 2017년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사랑하는 딸을 구하려는 아빠, 아내를 구하려는 남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로, 어쩌면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다.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이야기 구조가 복합적이어서, 그 안에서의 감정은 심플하게 가져가려 했다. 그래야 등장인물의 행동들이 힘을 얻을 것 같더라.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타임루프 구조를 취했다.
=먼저 인물을 생각했다. 매일같이 사랑하는 이가 죽는 하루가 반복되는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 타임루프물의 주인공들이 대개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구조를 취하는데, <하루>의 인물들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지옥 같은 하루를 반복해야만 한다. 그들을 살리기 전까진 반복이 계속되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거다. 그걸 파고들어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사랑의 블랙홀>(1993)부터 <소스코드>(2011),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등 기존의 타임루프물과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타임루프물은 한명이 시간을 반복하는데, <하루>는 인과율로 묶인 두명이 같은 시간대를 반복한다. 또한 타임루프물엔 ‘과거를 변화시켜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는 설정과 ‘변화를 주면 나비효과처럼 현재도 변한다’는 설정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하루>에선 두 가지 설정을 다 가져갔다. 처음엔 어떻게 해도 사고가 일어나지만,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면서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시작한다.
-하루가 반복되는 이야기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은 어떻게 극복하려 했나.
=반복되는 하루마다 매번 조금씩 변화를 줬다. 초반엔 장르적인 재미를 주며 텐션을 유지하고, 후반부엔 인물들간의 관계에 집중하고, 비밀을 밝혀나가면서 드라마를 풀어간다.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거다. (웃음)
-계속 같은 세팅에서 촬영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웠을 것 같다.
=배우들도, 스탭들도 힘들었다. 교통사고가 벌어지는 사거리에서만 도로 통제를 하고 17회차를 찍었다. 차도 여러 대를 준비해 계속해서 부쉈다가 새로운 차를 갖다놨다가(웃음)… 똑같은 세팅에서 계속 다른 이야기를 찍어야 하니 헷갈리기 쉬워서 다들 긴장하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와 배역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
=준영은 신뢰감을 주면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역할이라 김명민씨가 적격이었다. 그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라 캐릭터에 깊게 공감하더라. 변요한씨는 감성이 풍부하고 힘이 넘치는 배우다. 에너지를 발산하며 움직여야 하는 역할에 잘 맞았다.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했고 배우들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적인 현장이었다. 첫 장편을 좋은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synopsis
의사 준영(김명민)은 사랑하는 딸 은정(조은형)과의 약속 장소로 향하던 중, 눈앞에서 교통사고로 딸이 죽는 것을 목격하고 만다. 충격도 잠시, 눈을 떠보니 다시 사고를 당하기 두 시간 전으로 되돌아가 있다. 준영은 같은 사고로 아내를 잃은 민철(변요한) 역시 같은 시간대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은 사고를 막고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