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손님 -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광국 감독
2016-12-26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광국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의 제목이다. 듣는 순간, 혹했다. 호랑이, 겨울, 그리고 손님까지. 무슨 이야기일까 자꾸 상상해보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무서움과 두려움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이광국 감독은 <로맨스 조>(2011), <꿈보다 해몽>(2014)을 통해 겹겹의 이야기와 꿈들과 그 해석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번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제작 영화사 벽돌·배급 미정)에선 또 어떤 결들을 만들어낼지 무척 기다려진다.

-제목이 좋다.

=올여름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여름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영화의 제목으로 갈 수 있겠다 싶었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관용구가 있기도 한데 겨울에 영화를 찍고 싶어 여름 손님을 겨울 손님으로 바꿨다. 그렇게 제목부터 정했다. 전작들도 마찬가지로 제목이 먼저 나오고 이야기는 그에 맞게 흘러갔다. 직관적인 선택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경유라는 남자가 있다. 어떤 인물인가.

=비겁한 남자다. 어쩌면 살면서 내가 보여온 비겁함일 수도 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 자기 합리화를 하며 모르는 척하는. 경유는 그렇게 현실을 회피하다가 과거 한때 많은, 또 중요한 시간을 함께했던 옛 연인 유정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 모습을 다시 보게 되고 둘의 관계는 또 다르게 흘러간다. 영화는 이 두 사람의 며칠간의 여정이 되겠다.'

-제목과 시놉시스를 보니, 호랑이도 무서운데 그보다 더 무서운 겨울 손님까지 등장한다. 무서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다. 호랑이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하는데 영화 보는 재미를 위해 더 자세히는 말하기 어렵다. 또 이곳저곳으로 흘러 다녀야 하는 인물이든 한곳에 정착해 사는 인물이든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손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에게는 반가울 손님, 또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손님일 수 있겠다.

-2017년 2월14일 크랭크인한다고 못 박았다. 캐스팅은 다 된 건가.

=고현정 선배가 유정 역을 맡아주신다. 내가 조감독이던 시절, 선배님과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함께했다. 항상 같이 작업하고 싶었던 분이라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보여드렸다. 아직 제작비 마련도 더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임을 말씀드렸는데,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더라, 감독님과 나만 재밌게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가슴 뭉클해지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제 경유 역만 캐스팅하면 된다. 어떤 분과 만날게 될지 무척 기대된다.

-직접 운영하는 영화사 벽돌에서 제작한다. 투자 진행 상황은 어떤가.

=1억원 미만의 예산을 예상하는데 그조차 쉽지는 않다. 한달여 동안 23회차 정도 찍을 생각이다. 조감독 시절, <극장전> <해변의 여인>을 함께했던 김형구 촬영감독님과 같이 작업하게 됐다. 어제 함께 장소 헌팅을 다녀왔는데 마음이 희한했다. 존경하던 분과 내 영화를 만들다니. 기분 좋은 이상함이 재밌었다. 내가 더 잘해나가야겠지. 내게는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synopsis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날, 여자 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여자 친구에게 버림을 받는다. 행방이 묘연한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준다. 경유는 대리운전을 하며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다 옛 연인 유정(고현정)과 마주친다. 유정은 경유가 그토록 바랐던 소설가가 됐다. 하지만 유정은 소설을 쓰지 못해 궁지에 몰린 상태다. 그렇게 경유와 유정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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