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배우가 먼저 선택한 영화 - <싱글라이더> 이주영 감독
2016-12-26
글 : 이예지
사진 : 최성열

서울에서 시드니까지, <싱글라이더>(제작 퍼펙트스톰필름·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공간과 공간 그리고 마음과 마음 사이의 궤적을 좇는 드라마다.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을 호주로 보낸 기러기 아빠 재훈(이병헌)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가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증권사에서 부실채권 문제가 터지고, 수많은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이 이어진다. 벼랑 끝에 몰린 재훈은 문득 지독히 외로워져,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기러기 아빠, 이국에서 홀로 육아 중인 아내,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청년 세대까지 현 사회 속 여러 인물들의 입장에서 보는 정경을 그려낸 이주영 감독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하는 현 세태가 무척 불행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고단하게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삶을 되돌아보며 “행복이란 무엇이고,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간다.

질문의 시작은 이주영 감독 본인의 삶이었다. 광고 프로덕션에서 광고 감독으로 일해온 그는 소모적인 생활에 회의감이 들어, 브레이크를 걸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에 진학해 영화를 배웠다. “회사 다닐 때 기러기 아빠들이 많았다. 경제적으로는 윤택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과연 그들은 행복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 그 물음에서 재훈이 탄생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지인도 많았다. 힘들어도 호주가 한국 최저시급의 세배를 주니까 많이들 갔다. 영화 속 사기를 당하는 지나(안소희)는 실제 지인의 경험을 담아낸 인물이다.”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것은 배우들이었다. “첫 장편이라 제작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좋게 본 한 매니지먼트사가 이병헌씨에게 시나리오를 줬고, 이병헌씨가 하겠다고 연락해왔다. 패키징도 안 된 상태에서 캐스팅부터 된 거다. (웃음)” 이주영 감독은 그렇게 천군만마를 얻었다. “이병헌씨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재훈의 감정적 개연성에 대해 많은 의견을 줬다. 이어 공효진씨도 선뜻 하겠다고 나섰다. 안소희씨는 어린 시절부터 원더걸스로 해외 투어를 했던 경험이 있어 타국에서 노동을 하는 지나의 고단함에 깊이 공감하더라. 저예산이라 개런티가 적었는데, 배우들이 신기할 정도로 이 작품을 좋아해줬다. 배우들이 훌륭하니 나만 잘하면 되는 영화였다. (웃음)”

‘싱글라이더’는 일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난 여행자라는 뜻이다. 어쨌거나 삶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것이고 외로움도 각자의 몫이다.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재훈은 수진을 찾아가지만, 호주에서의 수진은 재훈이 끼어들 수 없을 정도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주영 감독은 재훈의 시선을 통해 “인물과 공간의 거리감”을 섬세하게 구현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카메라워크 및 화각을 재훈의 눈높이에 맞췄다. 카메라의 개입을 자제했고 1.85:1 화면비를 택해 인간의 눈을 통해 물리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들로 연출했다.” 그를 통해 이주영 감독은 카메라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시선”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으며, 현재는 “CG를 최소화해 호주라는 공간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재현”하려 노력 중이다. 서사에 쫓기기보다 인물 내면의 심리를 차분히 좇아나가는 영화다운 선택이다. 이주영 감독의 바람도 영화와 비슷하다. “보고 난 다음날 한번쯤 생각나는,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관객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고,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거다.”

synopsis

투자증권회사 지점장인 재훈(이병헌)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을 호주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일하는 투자증권회사에 부실채권 문제가 터지고, 피해를 입은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이 빗발친다. 책임감과 압박감에 시달리던 그는 아내와 아들이 살고 있는 호주로 떠나지만, 호주에 살고 있는 수진은 이미 그곳에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뜻 아내에게 다가설 수 없는 그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가 곤경에 빠진 지나(안소희)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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