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주변에 있는 ‘을’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린다.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웃음)” 청년세대의 고용불안을 다룬 <10분>(2013)을 연출했던 이용승 감독이 준비 중인 작품은 자영업자의 생존투쟁을 그려낸 <7호실>(제작 명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다. 한때는 번영했으나 현재는 쇠락한 서울의 한 상권을 배경으로 한 <7호실>은 망해가는 DVD방을 팔아치우려는 두식이 예상치 못한 곤경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고군분투를 그려낸다. “전작 <10분>의 회사원이 회사를 때려치우면 하게 되는 것이 자영업일 거다. (웃음) 그만큼 한국에 자영업자가 많은데 이 역시도 녹록지 않다.” 상권과 트렌드의 흥망성쇠에 따라 울고 웃는 자영업자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이용승 감독은 한 쇠퇴한 지역의 사멸해가고 있는 DVD방이란 업종을 택했다. “한때 한국영화에 번화가로 등장할 만큼 부흥했지만, 지금은 상권의 이동으로 전혀 다른 풍경이 된 지역을 찾아가봤다. DVD방 역시 한때는 번성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업종인데, 그 속에서도 아직 DVD방이 있는 걸 보니 묘하더라.” 황량한 임대 딱지들 뒤에서도 생존하려 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찾은 그는 <7호실>을 써내려갔다.
두식(신하균)이라는 ‘을의 고군분투’였던 <7호실>은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의 비중이 커지면서 ‘을과 을의 이전투구’가 됐다. 각자의 비밀을 DVD방 7호실에 숨긴 두식과 태정은 일이 꼬여가면서 긴장관계에 놓이게 된다. “두식은 망한 가게를 팔아야만 하는 자영업자 혹은 기성세대이고, 태정은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에 허덕이는 청년세대다. 힘든 입장에 있는 두 세대의 대결이 된 셈이다.”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투톱으로 나서는 <7호실>은 사회 드라마 성격이 강했던 전작 <10분>과는 달리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성격이 강한 장르영화에 가깝다. 이용승 감독은 “밀실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식과 태정의 눈치게임은 스릴과 함께 아이러니한 유머를 선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시나리오가 발전한 데에는 중견 제작사인 명필름의 도움이 컸다. 전작보다 대중에게 소구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귀띔도 잊지 않는다.
2017년 1월2일 크랭크인을 앞둔 <7호실>은 모든 캐스팅을 마친 뒤 닻을 올리고 순항할 준비만 남겨두고 있다. 신하균, 도경수 모두 캐스팅 1순위 배우들이었던지라 더욱 든든하다. “개런티가 높지 않음에도 두 배우가 출연하겠다고 했을 땐 광복절을 맞은 기분이었다. (웃음) 처음 두 배우와 미팅을 한 순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란 생각이 들더라. 둘 다 눈에 담기는 감정 연기가 좋은 배우들이고, 소년 같은 느낌이 있어 세상살이에 어려움을 겪는 배역들과도 잘 어울렸다.” 이용승 감독은 2017년 안에 관객과 만나는 것이 목표인 <7호실>이 “이 시대를 사는 소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억압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버둥거리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세상은 뒤숭숭하고 먹고사는 건 힘들고, 어디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된 건지도 모를 시절이잖나. 관객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장르적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synopsis
두식(신하균)은 한 쇠락한 상권에서 망해가는 DVD방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가게를 팔아치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그는 예상치 못한 곤경에 빠지지만, 가게를 무사히 팔기 위해 DVD방 7호실에 자신의 비밀을 숨긴다. 한편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DVD방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태정(도경수) 역시 7호실에 비밀을 숨기고, 하나의 밀실에 두개의 비밀을 숨기게 된 이들은 살벌한 눈치게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