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자각몽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2016-12-26
글 : 윤혜지
사진 : 오계옥

영화 <루시드 드림>(제작 로드픽처스·배급 NEW)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단계는 자각몽과 공유몽의 차이를 아는 거다. 자각몽은 자기 꿈속으로 들어가 꿈을 의도대로 꾸미는 것으로, 훈련을 통해 실제로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공유몽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꿈꾸는 사람의 뇌파 주파수를 적절히 맞추면 그 사람의 꿈에 타인이 의도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보는 가설이다. <루시드 드림>은 자각몽을 통해 행방불명된 아이의 흔적을 찾아보려는 아버지의 악전고투를 그린다. 롤모델이 크리스토퍼 놀란, 제임스 카메론이라니, 김준성 감독이 데뷔작으로 ‘꿈’ 얘길 하고자 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제임스 카메론은 비주얼과 소재가 새로우면 이야기는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영화로 만들고 싶은 소재가 비일상적인 것이다보니 이야기는 최대한 보편적인 것으로 택했다. 땅에 닿아 있는 것이어야 했다.”

관건은 ‘꿈’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것이지만 <루시드 드림>의 배경이 지금의 한국과 그다지 다르지 않고 이것이 실제로도 가능한, 현실적인 이야기임을 주지시키기 위해 과한 연출은 절제했다. 다만 영화 속엔 자각몽을 꾸게 하는 기계가 있고, 대호(고수)는 그 기계를 통해 루시드 드림을 시도한다. “실제로 영국에서 개발된 ‘오로라 스마트 헤드밴드’라는 게 있다. 꿈을 통제하는 기계인데 영화에 나올 기계는 치료용으로 쓰도록 만들어진 것을 수사에도 활용한다는 설정이다. 과거의 기억에서 실마리를 빼와야 하기 때문에 꿈속 장면도 현실과 같아야 했다. 디지털 색보정(D.I.) 중에 현재와 살짝 다른 톤으로 꾸몄을 뿐 꿈이라고 그 부분만 특별히 판타지처럼 연출하지는 않았다.” 다만 조영욱 음악감독이 만든 감성적이고 잔잔한 무드의 음악들이 영화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돋우게 될 듯하다. 김준성 감독의 단편 <삶의 향기>(2012)에도 출연한 박인환은 <루시드 드림>에선 70대 노인을 주요 인력 삼아 흥신소를 운영하는 퇴물 조폭으로 출연한다. 아무래도 눈여겨봐야 할 인물 같다. “중앙대 영화학과 선배님이라는 것 외에 어떤 연고도 없었는데 내 단편에 무작정 출연해주십사 부탁했었다. 말도 안 되게 출연해주셨는데, 뒤풀이 때 술을 사주시면서 ‘상업영화 데뷔하면 나를 꼭 쓰라’고 하셔서 보은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출연을 부탁드렸다. (웃음) 영화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실 거다. (웃음)”

“1990년대 할리우드영화를 양분 삼아 자랐다”는 김준성 감독은 자연스레 영화인의 꿈을 꾸게 됐다. CJ E&M 콘텐츠 개발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강우석 감독의 연출부로 2년간 일했고 또 자연스럽게 데뷔 준비를 했다. “예전엔 <해리 포터> 시리즈가 유치할 거라 생각하고 안 봤는데 최근 본 <신비한 동물사전>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웃음) 비일상적인 소재로도 얼마든지 현실적인 영화 연출이 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젊은 감독에게 기대할 만한 신선한 소재를 적극 영화화해보고 싶다.”

synopsis

어느 날 놀이공원에서 아이가 사라진다. 아버지 대호(고수)는 백방으로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하다 ‘루시드 드림’까지 시도한다. 자각몽을 통해 과거의 기억으로 가 단서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형사 방섭(설경구)은 루시드 드림을 믿지 않지만 대호를 만나 동요한다. 그리고 대호를 돕겠다고 나선 의문의 남자(박유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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