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라고 휴먼 드라마에만 특화된 건 아니다.”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범죄 스릴러, 액션물을 표방한 전작의 빠른 호흡을 걷어내고, ‘어른들의 느린 액션’에 착수했다. 차기작으로 촬영 중이던 <브로커>의 중단 후 새롭게 들어간 프로젝트다. 제피가루(김태건) 작가의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를 원작으로 한 <아리동>(가제, 제작 AD406·배급 NEW)은 지방 소도시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을 좇는 노인들을 그린 범죄액션영화다. 꼬장꼬장하기로 악명 높은 아리동 최고의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이 동네에 관심이 많은 전직 형사이자 맨션의 세입자인 박평달(성동일)이 콤비가 되어 살인사건을 뒤쫓는다. 편하게 살 일만 남은 70대, 60대 노인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열흘간의 모험이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는 많이 봐왔지만, 사건을 파헤치는 액션을 나이 든 노인들이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층 호기심이 발동하는 세팅이다. “사회적인 문제를 전면에 보여주자는 건 아니지만, 지금 문제가 되는 노인의 고독사, 노인들이 겪는 일상의 문제를 녹여내고 싶었다. 그게 결국 영화의 주요 사건인 연쇄살인과도 관련이 있다.” 김홍선 감독은 “어른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처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를 통해 노년층과 젊은이들의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 한번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전라남북도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소도시 진읍군이 배경. 사건은 아리연립맨션 주위에서 발생해 그 지역 전역을 오가며 펼쳐진다. 70대 노인 심덕수는 아리연립맨션의 건물주로, 소도시에 건물 몇채 가지고 있고 자기 돈 아끼며 남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 꼬장꼬장한 노인으로, 코믹한 전직 형사 박평달과 함께 호흡을 이룬다. 둘 다 노인이지만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평달이 덕수를 도발하면서 웃음을 획득한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방 소도시, 외지인간의 갈등 같은 클리셰적인 요소를 많이 뺐다. 전형적인 서스펜스나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 대신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버디무비의 느낌을 살리려 한다.”
노인들이 구사하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요소다. 김홍선 감독은 “새로운 그림이 나올 거라는 기대 한편으로 백윤식, 성동일 두 배우가 거친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비타민이 유일한 처방, 두 배우 모두 엔딩의 액션 신을 무사히 촬영했다. “어른다운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 어른들이 젊은이들 같은 속도로 멋있게 뛰는 건 오히려 어색하다. 한 템포 느리게 뒤처져 뛰고 걷고, 추위에 취약한 점 등을 살려 어른들이 액션 장르에 도전한다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한다.” <아모레스 페로스>(2000)처럼 “컬러풀하지만 다크한” 정서를 담고 싶다는 <아리동>은 지난 10월 말 촬영을 시작해 목포 일대에서 1/3 정도 촬영을 마쳤다.
synopsis
지방의 한 소도시. 동네 일대에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아리연립맨션 건물주이자 이 동네의 터줏대감인 노인 심덕수(백윤식)는 20대 세입자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범인으로 의심받는다. 그러던 중 이 동네에 유난히 관심 많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콤비가 되어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