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북한을 어떤 시선으로 담아낼 것인가 - <강철비> 양우석 감독
2016-12-26
글 : 이화정
사진 : 최성열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입봉을 하고보니 민망하더라.” <변호인>(2013)이 ‘갑작스런 연출 데뷔’였다고 말하는 양우석 감독은 “작품이 가진 외적인 의미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이 큰 의미였다”며 “그동안 어떻게 그 호응을 돌려드릴지 고민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연출작 <강철비>(제작 (주)모팩앤알프레드·배급 NEW)는 그 고민에 대한 지금의 답변과 같은 영화다. 양우석 감독은 “남북이 강대국의 대리전을 치러주고 있는 지금, 현실은 냉혹한데 정작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축구 경기 구경하듯 응원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자문이 일었다며, 영화를 통해서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강철비>의 핵심 사건은 북에서 발생한 쿠데타다. 핵 보유국인 북한의 쿠데타는 단순히 남북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닌 중국,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얽힌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를 쓴 웹툰 <스틸 레인>이 영화의 원작으로, 김정일 사후 남북한 전쟁의 위기와 세계 정세를 그린 원작은 하루에 1천만 뷰어를 달성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로켓포탄 스틸 레인이 터지면서 쿠데타가 시작되고, 이 사건에 연루된 남북의 두 ‘철우’가 등장한다(강철비를 한자로 쓰면 철우(鐵雨)가 된다). 한명은 북한 최고 권력자 1호의 보호를 위해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의 정찰총국요원 엄철우(정우성), 그리고 또 한명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곽도원)다. 정권 교체기인 남한 사회에서 곽철우는 제대로 된 보수적 가치를 가진 우익의 역할을 한다.

<변호인>의 송우석이 보고 듣고 확인한 후 ‘성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강철비>를 통해서 양우석 감독이 전달하려는 것은 우리가 얼마만큼 우리와 주변을 보고 판단하느냐 하는 그 ‘냉철함’이다. “한국인에게는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같은 민족이지만 관계적으로는 적으로 규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을 하자고 하면 종북좌빨이 되고, 적으로 규정하면 수구꼴통이 되는 식이다. 이 아이러니함을 냉철하게 바라볼 기회를 주고 싶다. 영화는 답을 내주지 못하지만 질문을 할 수 있다. 함께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면 그 과정에서 답이 생길 것이다.” <강철비>의 관계성은 선우휘 작가의 단편 <단독강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깜깜한 동굴 안에서 서로 총구를 겨눈 남북한 병사의 상황은 분단을 소재로 한 <공동경비구역 JSA>(2000), <태극기 휘날리며>(2004), <웰컴 투 동막골>(2005) 등 여러 영화에서 익히 보아왔다. 남북한 40대의 철우를 통해서 그 관계성을 보여주고 싶다.” 이 관계의 변화를 드러내는 정우성과 곽도원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서 양우석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 묘하게 두 배우가 많이 생각났다”며 “급박한 긴장의 연속이지만 두 배우의 브로맨스를 느낄 수 있다”고 전한다.

영화적 사건 전개 시간은 총 4일. 100시간 안에 남북한이 다시 제자리로 설 수 있기까지의 호흡을 빠른 템포로 좇아나간다. 일어나지 않은 근미래의 구현, 서울과 평양, 철원을 오가는 방대한 로케이션에, 핵폭탄 발사, 007 시리즈와 같은 첩보물의 성향까지 모두 표현해야 한다. 프로덕션 규모로 볼 때 총 125억원의 제작비도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양우석 감독은 하이퍼리얼리즘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효과는 극대화하려 한다. “영화적으로 풀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풀 CG만 5분 정도 분량이 나올 거다.” 촬영에는 <부산행>의 이형덕 감독이, 미술에는 <비밀은 없다>의 양홍삼 감독이 참여한다. 현재 프리 프로덕션 중인 <강철비>는 2017년 초 크랭크인 예정이다.

synopsis

근미래, 북한의 전직 정찰총국요원 엄철우(정우성). 그는 북한 강경파의 쿠데타로 부상을 입고 의식불명이 된 북한 최고 권력자 1호를 보호하려 남한까지 내려오게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남한. 남한은 정권 교체로 뒤숭숭한 시기다. 궁지에 몰린 엄철우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대행 곽철우(곽도원)의 도움을 얻게 되고, 두 철우는 한국 전쟁을 막기 위한 위험천만한 비밀작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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